거미줄
洪 海 里
거미줄은 고무줄이 아니라
거미가 허공에 이룩한 제국의 영토.
추상적이지만 기하학을 전공한 건축기사의 집
신을 거부한 폭력의 집
우주 통신을 하는 비밀 안테나를 달고 있는 집
기차가 은하까지 달리는 무한 궤도를 가진 집
문만 있는 무작정 기다리는 집
하늘이 보이는 몽땅 비운 집
문이 없어도 들어가기만 하는 무게가 없는 집
비 오면 다이아몬드 물알을 낳는 집
결핍을 먹고 완벽한 사랑을 추구하는 집
바람변주곡에 그네 타는 출렁집
하늘에 던져 놓은 푸른 냄새가 나는 허방집
짓다 만 듯한 완벽한 그물집
구름이 걸려 흔들리는 황홀한 집
집착의 끈으로 단단히 매어 놓은 집
무모한 견고함 같은 부드러운 집
쓸데없는 말 한마디도 없는 집
돌돌 말아 놓은 미라의 집
살아 있어 죽어 있는 공존의 집
거미집은 거미의 몸,
위대한 우주.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움, 2016)
-《산림문학》2014년 봄/여름호(19호)
(동아일보 김미옥 기자 촬영)
* 이령 시인의 페북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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