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시> 거미줄

洪 海 里 2012. 8. 27. 04:55

 

거미줄

 

洪 海 里

 

 

거미줄은 고무줄이 아니라

거미가 허공에 이룩한 제국의 영토.

 

추상적이지만 기하학을 전공한 건축기사의 집

신을 거부한 폭력의 집

우주 통신을 하는 비밀 안테나를 달고 있는 집

기차가 은하까지 달리는 무한 궤도를 가진 집

문만 있는 무작정 기다리는 집

하늘이 보이는 몽땅 비운 집

문이 없어도 들어가기만 하는 무게가 없는 집

비 오면 다이아몬드 물알을 낳는 집

결핍을 먹고 완벽한 사랑을 추구하는 집

바람변주곡에 그네 타는 출렁집

하늘에 던져 놓은 푸른 냄새가 나는 허방집

짓다 만 듯한 완벽한 그물집

구름이 걸려 흔들리는 황홀한 집

집착의 끈으로 단단히 매어 놓은 집

무모한 견고함 같은 부드러운 집

쓸데없는 말 한마디도 없는 집

돌돌 말아 놓은 미라의 집

살아 있어 죽어 있는 공존의 집

 

거미집은 거미의 몸,

위대한 우주.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 2016)

                                  -《산림문학》2014년 봄/여름호(19호)

 

 

(동아일보 김미옥 기자 촬영)


이미지: 하늘, 풀밭, 실외, 자연


* 이령 시인의 페북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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