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시> 시집『독종毒種』의 짧은 詩 10편

洪 海 里 2012. 10. 3. 04:53

 

 

만공滿空

 

洪 海 里

 

 

눈을 버리면서

나는 세상을 보지 않기로 했다.

 

귀도 주면서

아무 것도 듣지 않기로 했다.

 

마음을 내 마음대로 다 버리니

텅 빈 내 마음이 가득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내 것이라고,

 

바보처럼

바보처럼 안고 살았다.  

 

   

 

 

폭포

 

洪 海 里

 

 

무슨 말씀을 하려는지

막무가내 내리쏟는 저 한고집

 

천년 적막의 고승이

내리치는 죽비다, !이다

 

하얗게 죽어 다시 사는 것을

한마디 말씀으로 보여 주기 위해

 

스님은 적막을 짓이겨

우뢰 폭탄을 만드셨다.

  

 

 

 

산책

 

洪 海 里

 

 

산책은 산 책이다

돈을 주고 산 책이 아니라

살아 있는 책이다

발이 읽고

눈으로 듣고

귀로 봐도 책하지 않는 책

책이라면 학을 떼는 사람도

산책을 하며 산 책을 펼친다

느릿느릿,

사색으로 가는 깊은 길을 따라

자연경自然經을 읽는다

한 발 한 발.

 

 

 

 

 

금강초롱

 

洪 海 里

 

 

너를 향해 열린 빗장 지르지 못해

 

부처도 절도 없는 귀먹은 산속에서

 

초롱꽃 밝혀 걸고 금강경을 파노니

 

내 가슴속 눈먼 쇠북 울릴 때까지.

 

 

 

 

시가 죽어야 시가 산다

洪 海 里

 


시를 쓰지 마라, 시를 죽여라
시를 쓰면 시는 없다
시가 죽은 자리에 꽃이 핀다
죽어야 사는 것이 바로 시다

 

사랑을 나누는 일도 그렇다.

 

 

 

 

눈 내린 아침에

 

洪 海 里

 

 

마음이 너무 무겁고

몸도 많이 어두웠구나.

 

이제는

빈 그릇이 되어,

 

쓸지 않은 눈밭으로

내 안의 지옥을 찾아,

 

점 하나 찍고

선 하나 그을 밖에야!

 

 

 

 

입추立秋

 

洪 海 里

 

 

하늘에는

벌써 가을이 왔다.

 

매화나무 평상에 누워

책을 펼치니,

 

흰 구름장 눈에 가득

무심하고,

 

풀벌레 소리 투명하여 

귀에 걸리지 않는다.

 

 

 

 

만재도晩才島

 

洪 海 里

 


 

바다

 

한가운데


꼭꼭 숨겨 놓은

쬐끄만하고 조용한

'섬이[瑞美]야' 또는 '서미西眉야' 하고 부르면

 

얼굴 붉혀 '' 하고 다가오는

 

애첩

  

너에게 가고 싶다

 

눈썹이 푸르고

 

이마가 서늘한.

 

 

 

 

우화羽化

 

洪 海 里

 

 

바닥을 본 사람은

그곳이 하늘임을 안다

위를 올려다보고

일어서기 위해 발을 딛는 사람은

하늘이 눈물겨운 벽이라는 것을

마지막 날아오를 허공임을 알고

내던져진 자리에서

젖은 몸으로

바닥을 바닥바닥 긁다 보면

드디어,

바닥은 날개가 되어 하늘을 친다

바닥이 곧 하늘이다.

 

 

 

 

족족足足


洪 海 里

 



네가 내 안에 있다,

 

우주여!

 

 

나는 너 하나뿐이다,

 

달랑!

 

 


* 사진은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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