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시> 막걸리 詩篇

洪 海 里 2013. 7. 20. 19:55

 <막걸리 詩篇>



막걸리

 

洪 海 里

 

 

텁텁한 탁배기 가득 따라서
한 동이 벌컥벌컥 들이켜면
뜬계집도 정이 들어 보쟁이는데
한오백년 가락으로 북이 우누나
가슴에 불이 붙어 온몸이 달아
모닥불로 타오르는 숯검정 사랑
꽹과리 장고 지잉지잉 징소리
한풀이 살풀이로 비잉빙 돌아서
상모도 열두 발로 어지러워라
탁배기 동이 위에 동동動動 하늘.

- 시집 『투명한 슬픔』(1996, 작가정신)

 

 

막걸리

 

洪 海 里

 

 

 

할아버지 그을린 주름살 사이사이
시원스레 쏟아지는 소나기 소리
쑤욱쑥 솟아올라 몸 비비는 벼 포기들
떼개구리 놀고 있는 무논에 서서
잇사이로 털어내는 질박한 웃음소리
한여름 가마불에 타는 저 들녘
논두렁에 주저앉아 들이켜는 막걸리
녹색 융단 타고 나는 서녘 하늘끝.

- 시집 『투명한 슬픔』(1996, 작가정신)


 

 


막걸리

 

洪 海 里

 

 

막걸리는 밥이다
논두렁 밭두렁에 앉아
하늘 보며 마시던
물밥!
사랑으로 마시고
눈물로 안주하는,
한숨으로 마시고
절망으로 입을 닦던,
막걸리는 밥이다
마시는 밥!

- 시집 『투명한 슬픔』(1996, 작가정신)


 

막걸리병

 

 洪 海 里

 

 

그녀를 제대로 맛보려면

부드러운 그녀의 어깨를 잡고

몇 바퀴 돌리고 나서

꺼꾸로 세워 흔들어 주어라

'돌리고 돌리고 ---',

아직은 아니다, 다시

가슴을 살살 애무하여 혼절시키든가

주먹으로 몸통을 내리쳐 기절시켜야

이 처녀 얌전해진다

시집가기 전

죽은 듯 조용히 서 있어도

정중동靜中動,

성질이 여간내기가 아니다

가슴속에 물폭탄이 들어 있어

잘못 건드리면 폭발하고 만다

그러나 살살 다루면서

따르다 보면 이 처녀 어느새 물새가 되어

신랑의 품속으로 소리없이 날아든다

금세 발갛게, 벌겋게 달아오른 돌고래

한 마리

지상의 바다 속을 헤매고 있다.

- 시집『독종』(2012, 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