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스크랩] 방짜징 / 홍해리

洪 海 里 2012. 11. 10. 06:23

☛ 서울일보/ 2012.11.8(목요일)자

 

 

              詩가 있는 풍경

 

 

 

방짜징

                      홍해리

 

 

죽도록 맞고 태어나

평생을 맞고 사는 삶이러니

 

수천수만 번 두들겨 맞으면서

얼마나 많은 울음의 파문을 새기고 새겼던가

소리밥을 지어 파문에 담아 채로 사방에 날리면

천지가 깊고 은은한 소리를 품어

풀 나무 새 짐승들과

산과 들과 하늘과 사람들이 모두

가슴속에 울음통을 만들지 않는가

바다도 바람도 수많은 파문으로 화답하지 않는가

나는 소리의 자궁

뜨거운 눈물로 한 겹 한 겹 옷을 벗고

한평생 떨며 떨며 소리로 가는 길마다

울고 싶어서

지잉 징 울음꽃 피우고 싶어

가만히 있으면 죽은 목숨인 나를

맞아야 사는, 맞아야 서는 나를

때려 다오, 때려 다오, 방자야!

파르르 떠는 울림 있어 방짜인

나는 늘 채가 고파

 

너를 그리워하느니

네가 그리워 안달하느니!

 

 

 

시 읽기

방짜는 질 좋은 놋쇠를 녹여 불에 달구고 두드려서 만든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방짜징이라 해도 그대로 두면 소리를 내지 못한다. 태어남부터 잘 두드려 맞고, 알맞은 간격에서 채로 두드려야 맑고 부드럽고 웅장한 소리가 난다.

사람도 잔소리, 쓴소리, 된소리의 충고를 새겨들을 줄 알아야 바르게 성장하고, 성찰과 깨침을 거듭해야 성숙한다. 성숙한 사람에게는 깊은 울림이 우러난다. 제 몫의 제 역할을 다 하려면 지혜와 지성적 성숙을 꾸준히 연마해야 한다.

- 나는 소리의 자궁, 가만히 있으면 죽은 목숨인 나를 때려 다오, 때려 다오, 방짜야! 지잉 징 울음꽃 피우고 싶다고 말하는 시인은 가슴속에 울음통을 만들고 있는 모두의 소리를 대신해서 울어주고 싶은 것이다. 한평생 떨며 떨며 소리로 가는 길마다 울림이 있는 소리를 내고 싶은 것이다. 감성을 일깨우는 감동적인 시를 품어 내어 사람들의 가슴을 데워주고 싶은 것이다.

깊고 은은한 울림이 있는 소리를 내야 한다고, 詩와 詩人들에게 채찍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깨어있는 삶을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유 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출강>

 

 

출처 : `삶을 시처럼 시를 삶처럼`
글쓴이 : 유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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