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시> 난蘭과 수석壽石

洪 海 里 2012. 11. 22. 04:51

 

2000년 들어 왕성한 시 작업 펼치는 홍해리 시인의 새 시집『독종』출간

  1969년 시집『투망도投網圖』를 내며 문단에 나온 홍해리 시인의 새 시집『독종』이 출간되었다.
스스로를 ‘식물성 시인’이라 칭하는 홍해리 시인은 꽃을 주제로 쓴 시만 해도 200편이 넘는다 한다.

 

  그 이유가 초등학교 시절 집에서 학교까지 신작로로 또는 산길로 다니면서
길가 밭에 들어가 따 먹은 목화 다래가 얼마이고 찔레순의 튼실한 줄기를 꺾어 껍질을
까고 대궁을 먹은 것이 얼마인지 모르기 때문이고,
또 양지바른 곳에 솟아 있는 삘기, 보리밥나무 열매, 오디, 버찌,
서리 내린 다음에 고욤나무에 올라가 따먹은 고욤열매는 무척 달았다고 한다.
이렇듯 꽃과 열매까지 먹고 자랐으니 자신의 몸속에는 풀이 자라고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에게서 나오는 글, 시가 식물성일 수밖에 없지 않다고 고백한다.

 



한때 나는 난초에 미쳐 살았다
그때 임보 시인은 돌을 안고 놀았다

내가 난을 찾아 산으로 갈 때
그는 돌을 찾아 강으로 갔다

내가 산자락에 엎어져 넝쿨에 긁히고 있었을 때
그는 맑은 물소리로 마음을 씻고 깨끗이 닦았다

난초는 수명이 유한하지만
돌은 무한한 생명을 지닌다

난을 즐기던 나는 눈앞의 것밖에 보지 못했고
그는 돌을 가까이하여 멀리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나의 시는 찰나적인 것이 주류를 이루었고
그의 작품에는 영원의 향수가 향기롭게 배어 있다

한잔하면 나는 난초 잎처럼 흔들리는데
그는 술자리에서도 바위처럼 끄떡없다

난과 수석이 서로 잘 어울리는 것을 보면
조화란 어떤 것인가, 차이는 또 무엇인가

눈 밝은 가을날 석란화 한 점을 들여다보며
넷이서 마주앉아 매실주 한잔 기울이고 있다.

    - 「난蘭과 수석壽石」 전문 

 



  위의 시「난과 수석壽石」에는 무한한 생명을 지니고 영원의 향수가 배어 있는 수석을 좋아한 임보 시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의 시는 “찰나적인 적이 주류를 이루었고” “눈앞의 것밖에 보지 못했”기에 “넝쿨에 긁히고 있었”지만 “난과 수석이 서로 잘 어울리는 것을 보면/ 조화란 어떤 것인가, 차이는 또 무엇인가”라는 의문과 함께 “눈 밝은 가을날 석란화 한 점을 들여다보며/ 넷이서 마주앉아 매실주 한잔 기울이”는 조화로움을 떠올리는 즐거운 깨달음을 얻는다고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