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백春栢
洪 海 里
사월이면 이미 봄도 한창인데
아무래도 나는 너에게 닿을 수 없다
아침 댓바람에 기척도 없이
미끈, 살별이 지듯 떠나야 한다
뒤돌아본들 어찌 잡을 수 있겠는가
한세상 붉은 것이 나뿐이랴만
너에게 주는 내 마음 한 자락
절대 향을 내뿜지 않는 뜻은
한겨울 숨 죽이고 참았던 눈물이라서
그저 잠시 스쳐가는 인연이라서
날선 작두 타는 박수처럼, 나는
저린 가슴 절절하다 툭 지고 마느니
내게서 별을 따려고 하지 마라
꽃은 이미 네 몸속에 다 뿌려졌으니
늦잡죄는 빈약한 봄날 아깝다 말고
부질없다 하염없다 울 일이 아니라
내게 잠깐 눈 던졌다고만 생각하라.
* 늦잡죄다 : 느지막이 다잡거나 독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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