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집중조명 자료

<테마詩> 시의 길과 시인의 길

洪 海 里 2013. 11. 10. 04:47


<테마詩>

 

시의 길, 시인의 길

 

 

시안詩眼

 

洪 海 里

 

 

한 권의 시집을 세우는 것은

시집 속 수십 편의 시가 아니라

한 편의 빼어난 시다.

 

한 편의 시를 살리는 것은,

바로,

반짝이는 시의 눈이다.

 

스스로

빛나는

시의 눈빛!

 

그 눈을 씻기 위해

시인은 새벽마다

한 대접의 정화수를 긷는다.

 

 

 

시작詩作

洪 海 里



오순도순 살자고 흙벽돌 찍어 집을 짓듯이

어린것들 굶기지 않으려고 농사를 짓듯이

아픈 아이 위해 먼 길 달려가 약을 짓듯이

시집가는 딸아이를 위해 고운 옷을 짓듯이

길 떠나는 이 허기질까 봐 새벽밥을 짓듯이

기쁨에게도 슬픔에게도 넉넉히 미소 짓듯이.

 

 

억새꽃에게

 

洪 海 里

 

 

시가 무엇인가

생각만, 생각만 하다가

 

어디 있는지

찾아 헤매다

 

어떻게 쓸까

골똘, 하다가

 

한 편도 쓰지 못하고

한 生을 다 써 버렸다.

 

 

 

한잔

 

洪 海 里

 

 

 

1.

잔칫집 대문은 활짝 열려 있어야 한다

 

맛있는 술과 안주가 있어야 한다

 

손님을 반갑게 맞이해야 한다

 

흥겨운 가무가 있어야 한다

 

찌고 굽고 지지고 볶고 튀기고 삶고 익혀

백자白瓷 기명器皿 위에 차려낸 음식과,

 

아무리 부어도 채워지지 않는,

아무리 마셔도 뒤가 없는,

 

詩는

말로 빚은 향기로운 술

 

한 잔의 술

한 편의 詩!


2.

눈으로 취하고

코로 맛보고 나면

혀에 구르다

목을 타고 넘어가며

귀를 간지럽히는,

 

 

네 입술 같은

보드라운 감촉,

 

드디어

영혼을 향기롭게 흔들어 주는,

 

한 잔의 술,

 

한 편의 詩!

 

 

 

시작/始作/試作/詩作

 

洪 海 里

 

 

집어등만 밝히면

고기 떼가 몰려와

그냥 집어들면 되는 줄

알았지만

밤새도록 불빛만 희롱,

희롱하다

돌아간 자리

눈먼 고기 한 마리 없는

텅 빈 백지.

 

 

명창정궤明窓淨几의 시인에게

 

洪 海 里

 

 

살기 위하여

잘 살기 위하여

쓰지 말고,

 

죽기 위해

잘 죽기 위해,

 

쓰고, 또

써라.

 

한 편 속의 한평생,

인생이란 한 권의 시집을

시인아!

 

 

나의 시

 

洪 海 里

 

 

아픈 배 쓸어 주고

언 마음 녹여 주던,

 

무거운 등 두드려 주고

처진 어깰 껴안아 주던,

 

거칠어도 고운

못생겨도 예쁜

어머니의 따뜻한 손 같은 詩,

 

부디, 그러하기를

나의 詩여!

 

 

시핵詩核

 

洪 海 里

 

 

앞을 보려거든 뒤로 걸어가라

뒤를 봐야 앞이 보인다

똑같은 것은 아름답지 않다

그래서,

신은 같은 것을 창조하지 않았다

뒤로 공격하고 앞으로 후퇴하라

앞도 뒤고 뒤도 앞이다

과녁[貫革]을 뒤에 세워 놓고

시위 없는 효시嚆矢를 앞으로 날려라

보지 않아도 화살은 날아간

살이 날아간 것인지

이 날아온 건지 알 것 없다

끝과 시작은 겹쳐져 있어 무겁다

무심한 바람이 발길을 흔들어 대도

물속 푸른 하늘을 새는 날고

하늘바다 높이 물고기는 헤엄친다

명중하는 표적의 울림을 위하여.

 

 

* 계속 시와 시인에 대한 작품을 모으고 있는 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