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 번역시

[스크랩] 나 죽으면 바다로 돌아가리라/홍해리/(낭송:단이)

洪 海 里 2013. 12. 1. 07:21

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글쓴이 : 단이 원글보기
메모 :

나 죽으면 바다로 돌아가리라 / 洪海里


 

넓고 넓은 바닷가 외진 마을

어머니의 고향

우주의 자궁

나 죽으면 그 곳으로 돌아가리라

돌아가 그 보드라운 품에 안겨

무한과 영원의 바다를 살리라

이승에서 지은 죄와 모든 때

뜨거운 불로 사루고 태워

한줌의 가루로 남아

천지를 진동하는 폭풍과 파도에 씻기어

벽옥의 바닷속 깊이 가라앉으리라

꽃 한 송이 무슨 소용 있으랴

빗돌이 무슨 필요 있으랴

이름도 흔적도 꿈도 잊어버리고

붉은 해 바다에 떠오를 때

바다를 깨워 바다에 뜨고

진홍빛 노을 서녘 하늘 물들이면

나 파도와 함께 잠들리라

하늘에 수많은 별들 불 밝히고

하나가 따로 없는 바다에서

나도 하나의 바다가 되리라

그리하여 파도의 꿈을 엮으리라

어린 아이 맑은 미소의 집을 짓고

혼돈의 바다

원시의 바다에서

그 조화의 바다

생명의 바다에서

일탈한 죽음의 넋들과 만나

아름다운 불륜으로 자유의 사생아를 낳으리라

끝없이 한없이 낳으리라

묵시와 화엄의 바다

충일과 자족의 바다에서

파도가 파도를 낳고

그 파도가 파도를 낳고 낳으리라

파도 하나가 다른 파도를 흔들어

온 바다가 하나의 큰 파도로 피리라

바다가 껴안고 있는

바닷속 물의 섬에는

자연의 혼교가 이어지고 이어지고

설레임이 죽은 바닷가에서

또다른 설레임이 태어나고

그리움이 끝난 바닷가에서

또다른 그리움이 피어나고

사랑이 끝난 바닷가에서

또다른 사랑이 일어나고

울음도 눈물도 다 죽은 바닷가에서

또다른 울음과 눈물이 솟아나고

ㅎㅎ! 웃는 소리도 끝난 바닷가에서

또다른 웃음이 터져나오는

오 절망의 사랑이여

절망의 절망의 사랑이여

나 죽으면 바다로 돌아가리라

절망의 바다로.  

                 - 시집『푸른 느낌표!』(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