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말문을 닫다 - 致梅行 3

洪 海 里 2014. 2. 6. 18:05

말문을 닫다

- 치매행致梅行 · 3

 

洪 海 里

 

 

 

말[言]의 문은 입[口]인데

말문을 닫으면 한 '一'자의 들판이 된다

말 떼가 푸른 들판에 뛰어놀아야

햇빛 더욱 맑고 하늘이 푸른 법

소나기 시원스레 쏟아지고 나면

무지개도 천상과 지상을 맺어 찬란히 선다

말문이 막히면 웃음이 살아나는지

어떤 물음에도 답은 하나, 웃음이다

웃음이 만국의 언어라지만

우선은 너와 나 두 나라의 말이 필요할 때

자유로이 뛰놀아야 할 말 떼

사방 벽인 입 '口'자 감방에  갇혀 있다

갇혀 있음은 서서히 죽어가는 것 

마장의 숙련된 조련사가 못 되는 나는

무능하고 악랄한 간수일 따름

말이 죽어가는 것을 그냥 바라다보며

한 편의 시를 엮는 죽일 놈의 시인(?)

아내여, 미안하다

어찌 내가 당신의 말문을 닫아 걸었는가

언제 다시 혀가 돌까

오늘도 병원에 갔다

약 보따리를 메고 돌아오는데

영혼이 빈 집 한 채 내 옆에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