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사탕 - 치매행致梅行 · 37
洪 海 里
바람에 금방 흔들리다 날아가고 마는 아주 가는 줄이나 작은 알갱이 사소한 구름 같은 것 그것이 사람을 잡고 놓지 않습니다 천둥이 멎고 비가 그치듯 소나무 둥치를 꺾던 눈발이 잠들 듯 사랑은 그렇게 끝나고 맙니다 하고 싶지 않아도 하게 되고 하고 싶다고 그냥 되지 않는 사람의 일 사랑은 축제처럼 늘 허전하기만 합니다 잔치가 끝난 것처럼 파장의 해질녘처럼 공원에서 놀다 지쳐 돌아가는 시간이듯 고랑이 깊은 만큼 그윽한 향기가 너울대겠지만 자욱한 안개 속에서 사랑은 늘 길을 놓습니다 언제나 변주곡의 선율로 사랑이란 설탕으로 만든 솜방망이라고 가락가락 울었습니다 솜방망이에 기름을 먹이면 밤새도록 타오르긴 하겠지만 아내에 대한 나의 사랑은 달콤하고 끈끈한 막대기 사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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