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솜사탕 - 치매행 · 37

洪 海 里 2014. 2. 27. 09:27

솜사탕

- 치매행致梅行 · 37

 

洪 海 里

 

 

 

 

바람에 금방 흔들리다 날아가고 마는

아주 가는 줄이나 작은 알갱이

사소한 구름 같은 것

그것이 사람을 잡고 놓지 않습니다

천둥이 멎고 비가 그치듯

소나무 둥치를 꺾던 눈발이 잠들 듯

사랑은 그렇게 끝나고 맙니다

하고 싶지 않아도 하게 되고

하고 싶다고 그냥 되지 않는 사람의 일

사랑은 축제처럼 늘 허전하기만 합니다

잔치가 끝난 것처럼

파장의 해질녘처럼

공원에서 놀다 지쳐 돌아가는 시간이듯

고랑이 깊은 만큼

그윽한 향기가 너울대겠지만

자욱한 안개 속에서 사랑은 늘 길을 놓습니다

언제나 변주곡의 선율로

사랑이란 설탕으로 만든 솜방망이라고

가락가락 울었습니다

솜방망이에 기름을 먹이면

밤새도록 타오르긴 하겠지만

아내에 대한 나의 사랑은

달콤하고 끈끈한 막대기 사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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