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시> 마음공부 - 치매행致梅行 · 113

洪 海 里 2014. 5. 13. 21:53

 

마음공부

- 치매행致梅行 · 113

 

洪 海 里

 

 

화내지 말자, 말자, 하면서도

속에서 불이 치솟습니다

불을 끌 물도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토요일 일요일 어린이날 석가탄신일

긴 연휴라고 감기가 찾아왔습니다

목이 뜨끔거리고

기침이 폭발합니다

가래가 그르렁그르렁거립니다

병원에도 못 가고 약으로 다스리는데

밤새 아내 화장실 문 여닫는 소리

물 내리는 소리에

잠 속으로 잠수하지 못하고

물에 둥둥 뜬 채 헤매던

사로잠을 깨는

새벽 세 시 달구리

「치매행」한 편을 써 퇴고를 했습니다

눈을 뜨자

생포한 포로들 다 도망치고

노획물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텅 빈 백지 한 장 머리맡을 지키고 있습니다

나뭇가지 엮어 나지막한 굽바자 하나

세워 놓았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