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
- 치매행致梅行 · 113
洪 海 里
화내지 말자, 말자, 하면서도
속에서 불이 치솟습니다
불을 끌 물도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토요일 일요일 어린이날 석가탄신일
긴 연휴라고 감기가 찾아왔습니다
목이 뜨끔거리고
기침이 폭발합니다
가래가 그르렁그르렁거립니다
병원에도 못 가고 약으로 다스리는데
밤새 아내 화장실 문 여닫는 소리
물 내리는 소리에
잠 속으로 잠수하지 못하고
물에 둥둥 뜬 채 헤매던
사로잠을 깨는
새벽 세 시 달구리
「치매행」한 편을 써 퇴고를 했습니다
눈을 뜨자
생포한 포로들 다 도망치고
노획물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텅 빈 백지 한 장 머리맡을 지키고 있습니다
나뭇가지 엮어 나지막한 굽바자 하나
세워 놓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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