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시> 이름을 불러 다오 - 치매행致梅行 · 114

洪 海 里 2014. 5. 13. 22:08

이름을 불러 다오

- 치매행致梅行 · 114

 

洪 海 里

 

 

 

버젓이 제 이름을 두고도

당당하게 불리지 못하고

이름 없는 풀이라고

이름 없는 꽃이라고

무시당했던

 

양지꽃 얼레지 현호색 쇠별꽃

노루귀 괭이밥 바람꽃 히어리 까마중

부처꽃 벼룩자리 수크령 으아리 벌개미취

사위질빵 까치수염 범부채 산자고 미치광이풀

 

이제야 사람들이 눈을 뜨고

바라다보고

가까이 다가서서

들여다보며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풀이여 꽃이여

네 이름이 얼마나 아름다우냐

한때 이름도 빼앗겼던 사람들처럼

이름 없이 서럽던 시절 있었거니

 

이름을 불러주고

불리워진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흐뭇한 일이냐

 

그런데, 그런데

아내는 이름도 모른다

아니다,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