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시> 반짝 - 치매행致梅行 · 119

洪 海 里 2014. 5. 23. 16:46

반짝

- 치매행致梅行 · 119

 

洪 海 里

 

 

이게, 나야?

이게, 나야?

 

가족 사진 액자 속

자기를 가리키며 아내는 묻습니다

화장대 위 독사진을 들고 와 또 묻습니다

그래, 맞아! 당신이야!

그런데 그 여자 이름이 뭐지?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 아들 이름을 댑니다

그건 아들이고 당신 이름 말야

또 한참 지나 이름을 제대로 말합니다

제 가슴 한쪽에 반짝 불이 켜집니다

아내도 아늠 곱게 웃음을 피우고

웃겨! 웃겨! 하며 사진을 바라봅니다

어린아이가 제 사진을 처음 바라보듯

생판 모르는 사람인 듯 쳐다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내를 두고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자꾸만 가슴이 한쪽으로 무너집니다

남편이란 이름이 정말 쓸쓸합니다.

 

이게, 나야? 그래, 맞아!

이게 나야? 당신,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