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시> 바위보다 깊은 잠 - 치매행致梅行 · 138

洪 海 里 2014. 9. 5. 05:51

바위보다 깊은 잠

- 치매행致梅行 · 138

 

洪 海 里

 

 

 

나의 잠은 늘 얇고 얕아서

개울을 건너가는 징검다리

하나 둘 세다 깨고

다시 잠들다 또 깨고

 

누에는 몇 잠만 자면

곱고 질긴 실을 내는데

나는 수천수만의 잠을 자도

날개 하나 돋지 않는다

 

오늘 밤은 푹 자다

꿈도 꾸지 말고 죽고 싶다고

꽃 속에 집 한 채, 물 위에 집 한 채

저 달에도 또 한 채,

 

내일 아침에도 깨지 말자고

젖어 있는 바위보다 깊은

잠을 위하여

물속으로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 수련睡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