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시> 꽃은 왜 피었다 지는가 - 치매행致梅行 · 139

洪 海 里 2014. 9. 24. 08:10

꽃은 왜 피었다 지는가

- 치매행致梅行 · 139

 

洪 海 里

 

 

 

공기가 없는 동굴 속

불도 없이 더듬더듬 기어갑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턱, 턱, 막힙니다

오늘 아침 아내는

어른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방에 들어가 고냥 누워 버렸습니다

대책이 없어 어르고 달래자

언덕배기 오르는 달팽이걸음으로

근근 차에 태워 보냅니다

마당 한편

부추꽃 반짝반짝 피었습니다

고주 한잔으로 속을 푼

숯검정이 사내

꽃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립니다

꽃은 어쩌자고 피었다 지는가.

 

 

* 문경 석탄박물관 앞에서 (2014. 8. 24.) 박현웅 시인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