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미학
洪 海 里
홀로 있을 때나 함께 있을 때나
몸도 마음도 다 비워 당신께 드리나니
비어 있는 자리를 채우시든지
그냥 비어 있게 하시든지
푸른 하늘 흰 구름 솔바람소리
속살로 속살대는 속치마 하얀 빛깔
다만 그런 것들로 채우시든지
비록 별이 없는 밤이라도
별빛 받아 빛나는 별이 되게 하시든지
밤마다 버리지 못하는 꿈으로 바장이도록
그냥 내버려 두시든가
사랑이란 싸고 또 싸서 감추고
드러내지 못해 안달하느니
날마다 혼절하는 그리움 멀어
기다리다 기다리다 별로 돋을까
늘 가득차 있음을 깨닫지 못하도록
폭우가 쏟아져 덮칠 때까지
파도가 밀려와 때릴 때까지
바람이 불어와 울릴 때까지
복사꽃 피어 만발할 때까지.
- '우이동 시인들' 제10집《잔 속에 빛나는 별》(1991. 12.. 작가정신)
우이동 시인들 : 이생진, 임 보, 채희문, 洪海里 시인.
'『우이동詩人들』1987~1999'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세요 우이동으로 (0) | 2018.12.22 |
---|---|
우이동에 가면 / 권천학(시인) (0) | 2017.09.15 |
<시> 가을꿈 한 자락 (0) | 2014.10.23 |
<시> 별들이 먹을 갈아 (0) | 2014.10.23 |
<시> 깊은 계절 (0) | 2014.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