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이리 와! - 치매행致梅行 · 177

洪 海 里 2016. 1. 9. 10:28

이리 와!

- 치매행致梅行 · 177

 

洪 海 里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고

손을 흔들고

거울을 두드리며

"이리 와, 이리 와!" 하는 아내

 

해가 떠도 어둡고

달이 떠도 깜깜합니다

꽃이 피어도 아프고

별이 반짝여도 따갑고 쓰립니다

 

새해라고 세상이 다들 환한데

아내의 저지레 뒷바라지를 하다 보면

하루 해가 다 가고 맙니다

한 해가 가듯 더디더디 지고 맙니다

 

오늘도 혼자서 아내와 노는

정월 초사흘

내가 다 젖어 버렸습니다

절어 버렸습니다.

 


 

 

* http://blog.daum.net/jip17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