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친구
洪 海 里
시 한 편 써 달라 하면
"알았어!"
글씨 한 점 부탁해도
"그럴께!"
그림 한 점 그려 달라 하면
"그래!"
술 한잔하자 해도
"좋아!" 하던,
그게 서우瑞雨였다,
내 친구!
- 계간《다시올文學》 2020. 봄호
* 2015년 4월 17일 瑞雨(이무원 시인)는 저세상으로 갔다.
나보다 한 해 늦게 왔다 55년 친구를 두고 먼저 가 버렸다.
그가 간 후 우리는 몇 번 만났다.
내가 찾아갈 수 없으니 매번 친구가 나를 찾아왔다.
며칠 전에도 그 선한 웃음으로 환하게 내게 오더니 오늘 새벽에도 날 찾아왔다.
그의 외동딸 송희에게 전화를 할까 하다 전화를 받으면 힘들어 할까 봐 그만두었다.
그런데 오늘 점심을 하며 막걸리를 한잔하고 있는데 송희가 전화를 했다.
아버지 생신을 맞아 친구랑 같이 산소에 와 있다며 짠한 목소리로 소식을 전했다.
나는 바보와 평생 친구로 살아온 것이 행복하기 그지없다.
2016.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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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산소에서 아저씨 전화를 끊고 좀 울었어요.
웃으며 올라갔다 웃으며 내려오려 했었는데 ….
새벽에 아저씨 꿈에 다녀가셨다는 말씀도 너무 반갑고,
아저씨께서 "송희야, 너는 내 딸이다..."라는 말씀도 너무 감사하고 ….
그런데 여전히 조용히 그곳에 계신 아빠가 처음으로 원망스러웠어요.
어쩌면 그렇게 철이 없었던 건지 죄스럽기만 하던 마음이 …,
죄송해서 차마 보고 싶다고 말할 수도 없던 마음이 ….
지금 나와 같이 있었으면,
나랑 같이 아저씨랑 통화를 했으면 많이 좋았을 텐데,
왜 조용히 여기에 계시냐고
여전히...투정을 부렸어요.
아저씨의 글에서처럼 아빠는 늘...그래.. 알았다...
지금도 늘...그래...알았다....!
그 마음을 반의 반이라도 닮아갈 수 있을까요.
저는 아저씨가 계셔서 참 좋아요!
2016. 6. 8.
송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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