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절해 고도 - 치매행致梅行 · 203

洪 海 里 2016. 11. 21. 10:13

절해 고도

- 치매행致梅行 · 203

 

洪 海 里

 

 

 

사방이 문이라도 나갈 문 하나 없고

어디든 길이라도 갈 길이 없습니다

하늘 한 번 올려다보고

땅 한 번 내려다본 게 언제였던가

가리산지리산 헤매는 어둠 속

소리칠 줄 모르는 바위 하나 봅니다

천년 세월이 빚은 말씀의 경전

산것들 눈물나게 하지 말라는

바위 얼굴의 빛깔과 무늬를 읽으며

가는 길이 늘 꽃길일 순 없다 해도

문 열고 갈 길을 내다볼 수 있기를

오늘도 소리 없이 울부짖으며

출렁이는 막막한 바다를 생각하다

시거에 바닷속으로 뛰어듭니다.

 

 

 

 

* 큰들 님의 블로그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