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시> 저무는 가을 - 치매행致梅行 · 200

洪 海 里 2016. 9. 27. 04:30

 

저무는 가을

 - 致梅行 · 200


洪 海 里

 

 

 

이제는 덜 보라고 눈이 침침해지니

하늘은 더욱 높고

세상은 더 넓기만 합니다

덜 듣고 살라고 귀 먹먹해지고

적게 먹으라고 이도 닳아 빠지고 

사색  좀 하라고 새벽잠은 날아가고

체력 떨어지니 자꾸 움직이라고

날씨가 이리 좋습니다

세월을 버리면서

노량으로 쌓아 올리는 나이탑 따라

저문저문 저무는 가을날입니다

아내는 아직 눈도 밝고 귀도 좋은데

보긴 보는데 무얼 보는지

듣긴 듣는데 무슨 소릴 듣는지

웃다 화를 내다 또 웃으니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내와 나의 가을이 너무 멀어

까무룩이 저무는 하늘과 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