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도둑
- 치매행致梅行 · 205
洪 海 里
내 몸속에 사는 도둑이 하나 있습니다
간 큰 이놈은 내 몸을 제 옷으로 입고,
때로는 가면을 쓰고 무엇이든 훔치려고
늘 좌불안석입니다
활짝 웃음을 띠고 있던 벚나무
갑작스레 눈물을 날리고 있습니다
순식간의 일입니다
때로는 꽃잎도 눈물이 되어 날립니다
제 몸의 감옥 속에 갇혀 사는 이는
사랑한다 한마디 하지 못하고
가슴에 품고 사는 물 같은 사랑
때 되면 꽃 피고 강물은 흘러가는데
너를 버릴 수 없어
나를 벗을 수 없어
마음은 늘 풍비박산인데
내겐 좌망坐忘도 소용없습니다
내 마음도둑을 아내는 알기나 할까
오늘도 이놈과 싸우며 하루를 던집니다
흘러가는 물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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