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마음도둑 - 치매행致梅行 · 205

洪 海 里 2017. 1. 7. 06:23

마음도둑

- 치매행致梅行 · 205


洪 海 里

 



내 몸속에 사는 도둑이 하나 있습니다

간 큰 이놈은 내 몸을 제 옷으로 입고,

때로는 가면을 쓰고 무엇이든 훔치려고

늘 좌불안석입니다

활짝 웃음을 띠고 있던 벚나무

갑작스레 눈물을 날리고 있습니다

순식간의 일입니다

때로는 꽃잎도 눈물이 되어 날립니다

제 몸의 감옥 속에 갇혀 사는 이는

사랑한다 한마디 하지 못하고

가슴에 품고 사는 물 같은 사랑

때 되면 꽃 피고 강물은 흘러가는데

너를 버릴 수 없어

나를 벗을 수 없어

마음은 늘 풍비박산인데

내겐 좌망坐忘도 소용없습니다

내 마음도둑을 아내는 알기나 할까

오늘도 이놈과 싸우며 하루를 던집니다

흘러가는 물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