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스크랩] 금강하구사람 / 독종毒種(홍해리)

洪 海 里 2017. 7. 14. 05:53

독종毒種

 

                   홍해리

 

 

1

세상에서 제일의 맛은 독이다.

물고기 가운데 맛이 가장 좋은 놈은

독이 있는 복어다.

 

2

가장 무서운 독종은 인간이다.

그들의 눈에 들지 마라.

아름답다고 그들이 눈독을 들이면 꽃은 시든다.

귀여운 새싹이 손을 타면

애잎은 손독이 올라 그냥 말라죽는다.

그들이 함부로덤부로 뱉어내는 말에도

독침이 있다.

침 발린 말에 넘어가지 마라.

말이 말벌도 되고 독화살이 되기도 한다.

 

3

아름다운 색깔의 버섯은 독버섯이고

단풍이 고운 옻나무에도 독이 있다.

곱고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독종이다.

그러나 아름답지 못하면서도 독종이 있으니

바로 인간이라는 못된 종자이다.

 

4

인간은 왜 맛이 없는가?

 

                             - 시집 독종, 북인, 2012

 

 

 

  시를 받아 적고 정돈하려는데, 제목이 중독으로 적혔다. 독종에 한자 표기를 하려다가 발견한 것이다. 무심코 그렇게 적은 이유가 있을 텐데, 그동안 나는 무엇에 중독된 것일까. 독이 중독에 이르러 효과를 드러낸다고 볼 때 나는 헤어날 수 없는 어떤 맛에 끌려다닌 게 분명하다.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깊이도 알 수 없이 빠져 있었다.

 

  시는 읽을수록 중독되는 게 맞다. 독을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은 독이 무서운 줄 모른다. 어쩌다가 눈짓에 독이 묻은 시를 만나기도 할 것이다. 웃음으로 날리고 말로 독을 꽂는 시를 읽고 몽롱한 밤을 지나기도 할 것이다. 이래저래 나도 모르게 든 독인데, 해독의 방도로도 좋은 시가 필요하다. 세상에는 다행히 사람 좋은 시인이 쓴 좋은 시가 많다.

출처 : 금강하구사람
글쓴이 : 금강하구사람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