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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금강하구사람 / 꽃무릇 천지(홍해리)

洪 海 里 2017. 9. 1. 08:28

꽃무릇 천지

 

                     홍해리

 

 

우리들이 오가는 나들목이 어디런가

너의 꽃시절을 함께 못할 때

나는 네게로 와 잎으로 서고

나의 푸른 집에 오지 못할 때

너는 내게로 와서 꽃으로 피어라

나는 너의 차꼬가 되고

너는 내 수갑이 되어

속속곳 바람으로

이 푸른 가을날 깊은 하늘을 사무치게 하니

안안팎으로 가로 지나 세로 지나 가량없어라

짝사랑이면 짝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만나지 못하는 사랑이라서

나는 죽어 너를 피우고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가

나란히 누워보지도 못하고

팔베개 한 번 해 주지 못한 사람

촛불 환히 밝혀 들고 두 손을 모으면

너는 어디 있는가

마음만, 마음만 붉어라.

 

 

            - 시집 비밀, 우리글, 2010

 

 

 

  당신이 왔다 가고 내가 왔다 가던 길이 참 멀다. 같은 몸을 빌려 나오고도 손 한 번 잡지 못하는 우리 사연은 늘 계절을 바꾸어 산다. 하나의 몸에 들고나고도 만나지 못하는 몸이어서 마음만, 마음만 붉어이렇게 서럽다.

 

  내가 죽어서야 당신이 돌아오는 길이란다. 속을 다 비우고 또 비워서 당신을 들여놓고 싶었다. 품에 안고 엮고 엮어서 불태우다가 스러지고 싶었다. 붉은 울음이 융단으로 깔려 울렁일 때마다 거기 내 꿈 한 자락 누웠으리라.

출처 : 금강하구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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