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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하면서 중얼대다 - 치매행致梅行 · 56

洪 海 里 2017. 8. 28. 17:48

한잔하면서 중얼대다
- 치매행致梅行 · 56

                                          홍 해 리



막걸리는 우리 고유의 술입니다
그런데 마시면 왜 혀가 꼬부라질까요
사용 원료를 보니 수입산 백미 71%
국내산은 겨우 29%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내 혀가 굳어지고 꼬부라지는구나
겨우 알콜 성분 6%
효모가 살아 있는 생막걸리
이름도 '장수長壽' 명품주
이놈과 수전水戰을 하면 하릴없이 패배하고 맙니다
이건 분명 장수將帥임에 틀림없습니다
내가 나를 이기지 못하고
원망하고 짜증내고 화를 내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나와 대작對酌을 하며
독작獨作을 합니다
생각을 다 버리고 만공滿空이 되어
내 말의 대답으로 웃어 주는 부자副子
아내랑 산책을 하고 돌아오다
메고 온 막걸리 몇 통
상표를 보니 알 수 없는 말씀이 많습니다
이소말토올리고당, 아스파탐이라니
무슨 뜻인지 도무지 알 수없어
계속 읽어 내려가니
병 주고 약 주는 경고가 있습니다
'지나친 음주는 간경화와 간암을 일으키며
운전이나 작업 중 사고 발생률을 높입니다!'
맞는 말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거니
지나쳐 좋을 게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지나치고 나면
세상 많은 것이 아쉽고 그리운 것들입니다
한잔하고 다시 보니 '흔들어 드십시오!' 합니다
그래 흔들어 마시면서 나를 흔들어 봅니다
흔들지 않아도 흔들리는 요즘입니다
부글부글 막걸리 숙성되듯 끓어오르는 날
대낮부터 헛소리만 합니다
그러나, 그러나
가끔은 끓어오르면서 잘 익어 좋은 술이 되듯
나도 흔들리면서 살다 가고 싶습니다.



시가 재밌으면서도 풍자가 있는 글이네요.
홍해리 시인님은 치매행이란 시집을 내셨는데 아내분께서 치매에 걸리셔
아내를 돌보면서 관찰, 자기 반성과 고백의 글이랍니다.
시집에는 이런 내용이 있어요.
"하루 속히 신약이 개발되어 치매로 신음하고 있는 환자들과 환자글 돌보느라
애쓰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행복과 평화가 함께 하기를 소망해본다."
홍해리 님의 치매환자를 돌보며 그에 대한 노고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정말 신약이 개발되어 모든 치매환자들과 그의 가족들이 고통받지 않는 세상이 빨리 오기를
저 또한 기도해 봅니다.
방문해 주신 님들,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


* http://blog.daum.net/zzazzaruu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