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
홍해리
나의 말이 너무 작아
너를 그리는 마음 다 실을 수 없어
빈 말 소리없이 너를 향해 가는 길
눈이 석 자나 쌓였다.
- 시집 『비밀』, 우리글, 2010
한 계절 품었던 시집 몇 권을 이제야 내려놓는다. 읽는 동안 송골송골 몇 마디 말이 맺혔는데, 가만히 닦고 말았다. 억지로 그럴 필요는 없는데, 생각해보니 잘한 짓이다. 말은 이으면 이을수록 부푸는 속성이 있다. 특히 글로 적는 말은 수시로 널뛰기를 한다.
솔직히 나는 시를 읽으면서 말 없는 말의 교유를 이을 만큼의 경지에 들지 않았다. 이럴 때는 그저 머금었던 말을 아끼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게 온 사람, 내게 온 시에 그리움을 쌓았다가 허물곤 한다. 그러다가 입술이 가벼워지고 몇 마디 참지 못하고 발설하고 만다.
출처 : 금강하구사람
글쓴이 : 금강하구사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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