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아내의 봄 - 치매행致梅行 · 286

洪 海 里 2017. 9. 27. 05:26

아내의 봄

- 치매행致梅行 · 286

洪 海 里




아직 봄도 오지 않은 광

물기도 없는 망사 속

뿌리도 내리지 않고

겨우내 잠들어 있던 마늘

벌써 파랗게 눈뜬 새싹들

아, 눈 시린 뼈들

이 무서운 전신 공양의 찬란한 모성애라니

어둠 속에서도 여린 싹을 틔우고 있었다니


꽃 피고 새 우는 봄이 와도, 어찌

아내의 나라에는 소식조차 없는 것인가


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기다리는

봄, 아내의 봄이여!



*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