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할 말 없음 - 치매행致梅行 · 288

洪 海 里 2017. 10. 5. 22:17

할 말 없음

- 치매행致梅行 · 288


洪 海 里




이 말을 이제까지 두 번 써먹었습니다

시지詩誌에 신작특집을 할 때

'시작 노트'를 쓰라 하면

정말 할 말이 없어

"할 말 없음!"을 전매특허로 팔았습니다

하루 종일 망연히 누워 있는 아내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어도 묵묵부답!

이것저것 물어 봐도 눈만 껌벅껌벅!

한평생 쓰던 말이 물이 써듯 다 빠졌습니다

이것도 내 탓이지 싶어 할 말을 잃습니다


한가위라 아이들이 몰려와 엄마를 찾는데

달빛처럼 소려한 웃음이라도,

윤슬처럼 반짝이는 그리움이라도 보인다면

우리 곁이 환해져 왁자지껄한 명절이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