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 치매행致梅行 · 287
洪 海 里
입추가 내일 모레
갈 날이 머잖았다고
대낮에도 숨 가쁘게 울어 쌓는
귀뚜라미 목이 하얗게 쉬었다
투명한 소리탑 한 층 더 올릴 심산인지
밤까지 울력이 한창
새벽녘 마당에 나가 보니
몇 마리가 땅 위에 나뒹굴고 있다
진력하다 힘이 다 빠져
마침내 혼이 뜨고 말았다
나도 귀뚜라미 곁에서 울다 보니
한평생이 다 새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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