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귀뚜라미 - 치매행致梅行 · 287

洪 海 里 2017. 9. 29. 10:25

귀뚜라미

- 치매행致梅行 · 287

 

洪 海 里

 

 

 

입추가 내일 모레

갈 날이 머잖았다고

 

대낮에도 숨 가쁘게 울어 쌓는

귀뚜라미 목이 하얗게 쉬었다

 

투명한 소리탑 한 층 더 올릴 심산인지

밤까지 울력이 한창

 

새벽녘 마당에 나가 보니

몇 마리가 땅 위에 나뒹굴고 있다

 

진력하다 힘이 다 빠져

마침내 혼이 뜨고 말았다

 

나도 귀뚜라미 곁에서 울다 보니

한평생이 다 새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