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없음
- 치매행致梅行 · 288
洪 海 里
이 말을 이제까지 두 번 써먹었습니다
시지詩誌에 신작특집을 할 때
'시작 노트'를 쓰라 하면
정말 할 말이 없어
"할 말 없음!"을 전매특허로 팔았습니다
하루 종일 망연히 누워 있는 아내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어도 묵묵부답!
이것저것 물어 봐도 눈만 껌벅껌벅!
한평생 쓰던 말이 물이 써듯 다 빠졌습니다
이것도 내 탓이지 싶어 할 말을 잃습니다
한가위라 아이들이 몰려와 엄마를 찾는데
달빛처럼 소려한 웃음이라도,
윤슬처럼 반짝이는 그리움이라도 보인다면
우리 곁이 환해져 왁자지껄한 명절이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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