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깎으며
- 치매행致梅行 · 290
洪 海 里
햇볕이 내려와 얼마나 핥아 주었으면
이리 붉을까
바람이 와서 얼마나 쓰다듬었으면
이리 반짝일까
보이지 않는 손이 얼마나 주물렀으면
이리 둥글까
환한 가을날에는
배도 부르고 하늘도 참 고와서
내 사랑, 무장무장,
이렇게 눈멀고 귀먹어도 되는가 몰라라
이런 날, 스담스담,
아내 손잡고 과수원 길이라도 걸으련만.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믐밤 - 치매행致梅行 · 292 (0) | 2017.10.15 |
---|---|
쓸쓸한 비 - 치매행致梅行 · 291 (0) | 2017.10.15 |
낼 모레 동동 - 치매행 致梅行 · 289 (0) | 2017.10.09 |
할 말 없음 - 치매행致梅行 · 288 (0) | 2017.10.05 |
귀뚜라미 - 치매행致梅行 · 287 (0) | 2017.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