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사과를 깎으며 - 치매행致梅行 · 290

洪 海 里 2017. 10. 9. 05:08

사과를 깎으며

- 치매행致梅行 · 290


洪 海 里





햇볕이 내려와 얼마나 핥아 주었으면

이리 붉을까


바람이 와서 얼마나 쓰다듬었으면

이리 반짝일까


보이지 않는 손이 얼마나 주물렀으면

이리 둥글까


환한 가을날에는 

배도 부르고 하늘도 참 고와서

내 사랑, 무장무장,

이렇게 눈멀고 귀먹어도 되는가 몰라라

이런 날, 스담스담,

아내 손잡고 과수원 길이라도 걸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