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낼 모레 동동 - 치매행 致梅行 · 289

洪 海 里 2017. 10. 9. 04:55

낼 모레 동동

 - 치매행致梅行 · 289


洪 海 里




낼 모레 동동하다 보면

속절없이 하루 해가 다 저문다

해가 진다고 우두망찰하지 말고

화살을 남에게 돌리지도 말라


금간 거울은 버리고

닁큼 손을 내밀어 칼을 잡아라

햇빛에 칼날이 빛나느니


새벽녘 새소리가 꽃으로 피어날 때

우정 모른 체하지 말고

다문다문 눈도 주고 귀도 열기를


오늘도 내가 내게 밥을 먹이고

내가 나에게 술을 마시게 하며

고립과 자유를 즐기기 위해

색바람에 마음먹고 길에 나서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