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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영배(戒盈杯) / 홍해리
속정 깊은 사람 가슴속
따르고 따루어도 가득 차지 않는
잔 하나 감춰 두고
한마(悍馬) 한 마리 잡아타고
먼 길 같이 떠나고 싶네
마음 딴 데 두지 마라, 산들라
세상에 가장 따순 네 입술 같이나
한잔 술이 내 영혼을 데우는 것은,
불꽃으로 타오르는 그리움처럼
줄지도 넘치지도 않는 술잔 위로
별들이 내려 빙글빙글 도는 것은,
무위(無爲)도 자연(自然)도 아니어서
내 마음이 텅 비어 있기 때문인가
은자(隱者)의 눈빛이나 미소처럼
입안 가득 번지는 넉넉한 향을
눈물로 태울까 말씀으로 비울까
온몸으로 따루어도
채워지지 않고 비워지지 않는
잔,
깊고 따뜻한 너.
* 悍馬 : 성질이 사나운 말. 억세고 날랜 말.
* 隱人 : 속세를 떠나 숨어사는 사람.
비밀 / 홍해리
그 여자 귀에 들어가면
세상이 다 아는 건 시간문제다
조심하라 네 입을 조심하라
그녀의 입은 가볍고 싸다
무겁고 비싼 네 입도 별 수 없지만
혼자 알고 있기엔 아깝다고
입이 근지럽다고
허투루 발설 마라
말끝에 말이 난다
네 말 한 마리가 만의 말을 끌고 날아간다
말이란 다산성이라 새끼를 많이 낳는다
그 여자 귀엔 천 마리 파발마가 달리고 있다
말은 발이 없어 빨리 달린다, 아니, 난다
그러니 남의 말은 함부로덤부로 타지마라
말발굽에 밟히면 그냥 가는 수가 있다
그 여자 귓속에는 세상의 귀가 다 들어 있다
그 여자 귀는 천개의 나발이다
그녀는 늘 나발을 불며 날아다닌다
한번, 그녀의 귀에 들어가 보라
새끼 낳은 늙은 암퇘지 걸근거리듯
그녀는 비밀肥蜜을 먹고 비밀秘密을 까는 촉새다
'이건 너와 나만 아는 비밀이다'.
시집 -비밀 - / 2010 우리글
洪海里의 집
http://blog.daum.net/hong1852/16154290
계영배(戒盈杯)
조선시대 우명옥이라는 사람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데, 경계할 계(戒)자, 찰 영(盈)자의 이름 뜻 그대로 술이 가득 차는 것을 경계하는 잔입니다.
과음을 경계하기 위해, 술이 일정한 한도에 차면 구멍으로 새어 나가도록 만든 잔. 일종의 절주배(節酒杯)라고도 한다.이 잔은 7할 이상 술을 따르게 되면 술이 한 방울도 남지 않고 아래로 쏟아져 내려오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조선후기 거상 임상옥이 곁에 두어 끝없이 솟구치는 과욕을 다스렸다는 이야기로 유명해진 계영배는 원래 고대 중국에서 과욕을 경계하기 위해 하늘에 정성을 드리며 비밀리에 만들어졌던 의기(欹器)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제나라 환공이 늘 곁에 두고 보는 그릇이라하여 유좌지기(宥坐之器)라고도 했고 공자도 이를 보고 본받아 항상 곁에 두어 과욕과 지나침을 경계했다하니 욕심이 화의 근원임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이라는 말은 인생사 고비고비마다 과욕을 경계하고 성찰적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생활의 지혜입니다. 조선시대 유명옥이 이 잔을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도공 유명옥은 왕실의 진상품을 만들던 경기도 광주분요에서 스승도 못 만든 설백자기(雪白磁器)를 만들어 명성을 얻었으나, 그 후 유명세에 들떠서 방탕하게 생활하다 재물을 모두 탕진한 뒤에야 잘못을 뉘우치고 스승에게 돌아와 계영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후 조선시대 임상옥이 이 잔을 소유하여 늘 옆에 두고 끝없이 솟구치는 과욕을 스스로 다스리며 큰 재산을 모았다고 전합니다.
재상평여수(財上平如水) 인중직사형(人中直似衡)
"즉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 는 뜻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항상 담아야 할 좌우명으로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교훈과 철학이 담긴 계영배(戒盈杯)를 항상 곁에 두고 넘치는 것을 두려워 할 줄 알고 도를 넘지 않는 자기성찰의 도구로 잠시 멈추고 내 자신과 주위를 돌아다 봄으로 지혜로운 판단을 하도록 합니다.
그럼 과연 어떻게 70% 이하로 따르면 술이 그대로 있지만, 가득 채우면 술잔 전체의 술이 감쪽같이 없어질 수 있을까.
거기에는 대기압과 용기 내의 압력 차를 이용하여 수면보다 높은 곳에 물을 올리는 사이펀의 원리가 숨어 있다. 사이펀이란 용기를 기울이지 않고 속의 액체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옮기는 데 사용하는 관을 일컫는 용어로서, 그 작용 원리를 사이펀의 원리라고 한다.가정에서 수족관 속의 물을 갈아주는 경우, 혹은 석유난로에 기름을 넣을 때 사용하는 손펌프 등이 바로 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우선 계영배를 들여다보면 잔 밑에 구멍이 하나 뚫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잔 내부를 보면 가운데 둥근 기둥이 있고 그 기둥 밑에 또 구멍이 하나 뚫려 있다.
계영배의 비밀은 바로 그 둥근 기둥 속에 감춰져 있다. 그 비밀은 술잔 정중앙을 싹둑 자른 단면을 보면 확연히 드러나게 된다. 기둥 밑에 뚫린 구멍은 기둥 속에서 위로 통하는 관을 따라 올라가, 잔의 7부쯤 되는 부분에서 말굽 모양처럼 다시 밑으로 구부러져 일직선으로 내려온다.
그 일직선으로 내려오는 관이 술잔 밑으로 보이는 구멍과 통해 있다. 즉, 계영배의 가운데 기둥 안에는 빨대를 말굽 모양으로 구부려 놓은 듯한 관이 숨어 있는 셈이다.
술을 적당히 부으면 기둥 밑의 구멍으로 들어간 술이 기둥 안쪽 관의 맨 위까지 넘어가지 않기 때문에 술이 아래쪽으로 새지 않는다. 하지만 술을 가득 부어 기둥 속 관의 맨 위까지 차면 구부러진 말굽 위로 넘어가게 되어 술이 아래쪽으로 빠지게 된다. 이때 잔 아래 구멍으로 연결된 관은 술이 빠지는 만큼 진공상태가 되므로 관 안쪽과 바깥의 압력 차로 인해 기둥 밑의 구멍 안으로 술이 계속 들어가 바닥이 보일 때까지 새게 된다. 따라서 계영배에 술을 따를 때에는 나름대로 요령이 필요하다.
술잔의 절반 정도를 채운 후에는 들고 있는 술병의 기울기를 잘 조절해 아주 조금씩만 나오게 해야 한다. 이 경우 한꺼번에 가득 넘치지만 않으면 구부러진 관의 지름 한도 내에서 위쪽으로 넘친 술만 새고 나머지 술은 더 이상 아래로 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부터 잔의 중간 정도만 술을 따른다면 그처럼 주의를 기울일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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