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상
洪 海 里
누가
겨드랑일 간질이고 있는가
은행나무 까르르까르르
노랗게 웃고
놀란 단풍나무 빨갛게 소리치네
소중했던 모든 것
다 떨구어 버리고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영혼이 스며 있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나서는 길
나 이제 투명해지리라
차라리 눈물이라도 돌아
홀로 홀로 하며 하염없이 내리는
고단하고 목말랐던 내 젊은 한때
편안하니 쉴 적이면
저리게 저리게
북받쳐 오르는 슬픔 같은 것
차라리 상처도 향기로워라
다 버렸다고 가난하랴
비워야 비로소 보이는
마음의 틈서리
소리 없는 울음으로 씻고 나서
마침내 내가 만나는 나는
나의 적이요, 나의 신神!
* 2017. 11. 20.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