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가을 단상

洪 海 里 2017. 11. 14. 11:01

가을 단상


洪 海 里



누가

겨드랑일 간질이고 있는가

은행나무 까르르까르르

노랗게 웃고

놀란 단풍나무 빨갛게 소리치네

소중했던 모든 것

다 떨구어 버리고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영혼이 스며 있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나서는 길

나 이제 투명해지리라

차라리 눈물이라도 돌아

홀로 홀로 하며 하염없이 내리는

고단하고 목말랐던 내 젊은 한때

편안하니 쉴 적이면

저리게 저리게

북받쳐 오르는 슬픔 같은 것

차라리 상처도 향기로워라

다 버렸다고 가난하랴

비워야 비로소 보이는

마음의 틈서리

소리 없는 울음으로 씻고 나서

마침내 내가 만나는 나는

나의 적이요, 나의 신!



* 2017. 11. 20.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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