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마지막 나들이 - 치매행致梅行 · 317

洪 海 里 2018. 3. 19. 06:44

마지막 나들이

- 치매행致梅行 · 317


洪 海 里




지난 여름 무덥던 날 오후

국립4·19민주묘지

연못의 황금잉어를 보았습니다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본 게

쓸쓸한 마지막 나들이였습니다

별의별 일이 다 있는 세상이지만

가끔가다 우수리도 좀 있으면 좋으련만

에누리가 없는 삶이 우수마발 같아

알콩달콩 살던 때가 자꾸 그리워집니다

이제는 왼쪽 팔을 움직이는 것이 전부

온몸을 침대에 맡긴 채

허공으로 눈길을 던질 때마다

뭔가를 말하려는 듯 애절합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하다못해 집 뒤 둘레길이라도 걸었을 것을

이제와 생각하니 한이 됩니다

지금 어디쯤 걷고 있는가, 아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