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나들이
- 치매행致梅行 · 317
洪 海 里
지난 여름 무덥던 날 오후
국립4·19민주묘지
연못의 황금잉어를 보았습니다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본 게
쓸쓸한 마지막 나들이였습니다
별의별 일이 다 있는 세상이지만
가끔가다 우수리도 좀 있으면 좋으련만
에누리가 없는 삶이 우수마발 같아
알콩달콩 살던 때가 자꾸 그리워집니다
이제는 왼쪽 팔을 움직이는 것이 전부
온몸을 침대에 맡긴 채
허공으로 눈길을 던질 때마다
뭔가를 말하려는 듯 애절합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하다못해 집 뒤 둘레길이라도 걸었을 것을
이제와 생각하니 한이 됩니다
지금 어디쯤 걷고 있는가, 아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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