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무제의 세월 - 치매행致梅行 · 321

洪 海 里 2018. 4. 7. 16:21

무제의 세월

- 치매행致梅行 · 321


洪 海 里



침묵만 펄펄 시퍼렇게 살아

고요하다, 적막하다, 허적하다,

침묵의 파편들이 파편들과 손잡고

먼지처럼 날아다닙니다

집 안을 말끔하게 집안닦달을 해도

침묵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나는 침묵의 포로

그믐달처럼 울어도

별은 나오지도 뜨지도 않고

침묵의 파편만 반짝이고 있습니다

삶이란 사는 일, 살아 있는 일이라서

목숨이요, 생명이요, 생이라 하는데

침묵은 삶인가 죽음인가

삶과 죽음은 하나인가 둘인 것인가

하루 하루가 허줄하니 길기만 합니다

해질녘 메밀묵 안주 삼아 한잔하면

사는 일도 무등 반짝일 것인가

갈 때가 언제인지도 모르고

버릴 때가 언제인지도 모르는

무제의 세월

아내가 가고 있는 매화의 길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