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5월을 노래한 시편들

洪 海 里 2018. 5. 4. 10:42

<5월을 노래한 시편들>


5월 한때


洪 海 里
 


땅속에서
눈을 또록또록 뜨고 있다
봄비 흐벅지게 내리면
단칼에 치고 오르는,
 
우후죽순雨後竹筍!
 
장봉長鋒에 먹물 듬뿍 찍어
허공 한 자락
일필휘지一筆揮之 일갈一喝하는
죽순의 붓을 보고,
 
갈 길이 천년이니
잠깐 쉬어 가라고
댓잎들 속삭이네
여백餘白 한 구석 비워 두라 하네.
 
오오, 비백飛白!
 
 
5월에 길을 잃다


洪 海 里


 
팍팍한 길 나 홀로 예까지 왔네
나 이제 막막한 길 가지 못하네
눈길 끄는 곳마다
찔레꽃 입술 너무 매워서
마음가는 곳마다
하늘 너무 푸르러 나는 못 가네.
 
발길 닿는 곳마다 길은 길이니
갈 수 없어도 가야 하나
길은 모두 물로 들어가고
산으로 들어가니
바닷길, 황톳길 따라 가야 하나
돌아설 수 없어 나는 가야 하나.
 
어디로 가나
어디로 가나.    

      
5월은 오고


洪 海 里   
 


비 개고
5,
 
너 온다는 기별
온 세상이 환히 열리는데
내 눈이 감기고
목도 잠기네
하늘 아래
눈부신 슬픔이 기쁨일까
기다림은 풀잎에 걸고
눈물은 하늘에 띄우네
숨이 막혀, 숨이 차
마음만, 마음만 하던
숨탄것들, 푸새, 나무들
봇물 터지듯
귀청 아프게 초록빛 뿜어내니
홀맺은 한
가락가락 풀어내며
5월은 또 그렇게 저물 것인가.
 
 
5월이 오거든


洪 海 里
 
날선 비수 한 자루 가슴에 품어라
미처 날숨 못 토하는 산것 있거든
명줄 틔워 일어나 하늘 밝히게
무딘 칼이라도 하나 가슴에 품어라.



'洪海里 詩 다시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간《우리詩》2019. 12월호 신작시집  (0) 2019.10.30
짧은 생각/ 배신/ 외 4편  (0) 2018.07.21
어머니 / 아버지 詩篇  (0) 2017.05.24
「거울」 시 3편  (0) 2013.09.07
중복中伏 詩 4편  (0) 2013.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