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짧은 생각/ 배신/ 외 4편

洪 海 里 2018. 7. 21. 11:56

 

짧은 생각 / 홍해리

그리움은 꼬리가 길어
늘 허기지고 목이 마르니
다 사릴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야!
실처럼 금처럼 실금실금
기우는 햇살 같이나
우리는 하릴없이 서성이며
가슴에 울컥울컥 불이나 토할 것이냐
우도 바닷가 갯쑥부쟁이
겨우내 바다를 울리는 연한 보랏빛이나
갑도 절벽의 푸른 난을 기르는
맑은 바람의 눈물빛 울음이거나
파랑도의 파란 하늘을 밝히는
파도의 연연한 이랑이랑아
난의 하얀 향을 뿜어 올리는
고운 흙의 따순 가슴을 보아라
흔들릴 적마다 별이 뜨지 않느냐
그리움아, 하얀 그리움아,
눈이 먼 사람에겐 멀지 않은,
그리움은 허공에 반짝이는 섬이거니
간다 간다 휘적휘적 그 섬 찾아서.

 

 

 

 

봄병 도지다 


 洪 海 里

봄은 스스로 솟아올라 튀어오르고
꽃들은 단호하게 천지를 밝히는데
한잔술로 속을 달구고 불을 질러도
어째서 세상은 대책 없이 쓸쓸한가.

 

 

 

 

쓸쓸한 무게 / 홍해리

겨우내
야윌 대로 야윈 새발
가볍고 고적하다
그 만큼
날개를 포롱포롱 털며
날아오른 자리
한없이 무겁다.

은밀은밀 다가서는 바람
꽃들은 시새워 터지느라
새롱새롱하지만
봄날은
혼자서 먹는 밥처럼
쓸쓸하다
고요하다.

 

 

 

 

배신 / 홍해리

한평생 지고 온 몸이 나를 밀어낸다
온몸이 하릴없이 밀리고 있다
몸이란 내 제일의 자산
곳간이 텅텅 비워지고 있다
그래도 나는
비어 가득하고
비어서 꼿꼿이 서는
단단한 대나무가 되지는 못한다
허전한 바람이 부는 허허벌판
내가 몸을 모르고 몸이 나를 모른다
몸이 마음을 모르고
마음대로 내 몸을 부릴 수도 없다
이제 몸은 종이 아니라 나의 상전
나의 편안한 마음을 위해
나는 기꺼이 내 몸의 종이 돼야 한다
요사스런 마음을 벼릴 비수 하나 품어야 한다
몸이 나를 배신하는 것이다.

 

 

 

 

족족足足 / 홍해리



네가 내 안에 있다, 우주여, 나는 달랑 너 하나뿐이다. 달랑!

 

 

 

가을이 오면 어둠이 되고 싶네 / 홍해리

 

여름은 위대했던가

온 산의 초목들이

솟구치는 새벽녘

껍질을 벗기듯

찌든 때를 씻어내리고

길을 닦아 너에게 갈 때 

하늘이 터뜨린 562mm의 눈물

천지간 세력을 몰아

세상을 물의 감옥으로 만들더니,

 

이제 가을이 소매 속으로 스며

홀로 고개를 조아리고

네 앞에 서면

질경이 씨앗만한 내 사랑에겐

달빛도 사뭇 버거운데

산이 온몸으로 말을 걸어온다

나는 새까맣게 귀먹은 바위

자유란 완벽한 허무












그 속에 갇혀 어둠이 되고 싶네.

 

 

 

洪海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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