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을 노래한 시편들>
5월 한때
洪 海 里
땅속에서
눈을 또록또록 뜨고 있다
봄비 흐벅지게 내리면
단칼에 치고 오르는,
우후죽순雨後竹筍!
장봉長鋒에 먹물 듬뿍 찍어
허공 한 자락
일필휘지一筆揮之 일갈一喝하는
죽순의 붓을 보고,
갈 길이 천년이니
잠깐 쉬어 가라고
댓잎들 속삭이네
여백餘白 한 구석 비워 두라 하네.
오오, 비백飛白!
5월에 길을 잃다
洪 海 里
팍팍한 길 나 홀로 예까지 왔네
나 이제 막막한 길 가지 못하네
눈길 끄는 곳마다
찔레꽃 입술 너무 매워서
마음가는 곳마다
하늘 너무 푸르러 나는 못 가네.
발길 닿는 곳마다 길은 길이니
갈 수 없어도 가야 하나
길은 모두 물로 들어가고
산으로 들어가니
바닷길, 황톳길 따라 가야 하나
돌아설 수 없어 나는 가야 하나.
어디로 가나
어디로 가나.
5월은 오고
洪 海 里
비 개고
5월,
너 온다는 기별
온 세상이 환히 열리는데
내 눈이 감기고
목도 잠기네
하늘 아래
눈부신 슬픔이 기쁨일까
기다림은 풀잎에 걸고
눈물은 하늘에 띄우네
숨이 막혀, 숨이 차
마음만, 마음만 하던
숨탄것들, 푸새, 나무들
봇물 터지듯
귀청 아프게 초록빛 뿜어내니
홀맺은 한
가락가락 풀어내며
5월은 또 그렇게 저물 것인가.
5월이 오거든
洪 海 里
날선 비수 한 자루 가슴에 품어라
미처 날숨 못 토하는 산것 있거든
명줄 틔워 일어나 하늘 밝히게
무딘 칼이라도 하나 가슴에 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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