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소통과 불통 - 치매행致梅行 · 325

洪 海 里 2018. 6. 5. 10:09

소통과 불통

- 치매행致梅行 · 325


洪 海 里



한참을 들여다봐도

눈만 껌벅껌벅

나도 그에 맞춰 끔벅끔벅

햇볕이 작열하는 한여름

마음은 포탄이 되어 작렬하고

허공중으로 산산이 퍼지는

포연 같은 막막함

이건 안개 속에서 꽃 구경하기 아닌가

허니,

내 속이 어찌 속이겠는가

내 속이 날 속이겠는가

삶이란 때로는 들밥도 먹고

샛밥이 있어야지, 새참 이고 오는

아내는 얼마나 멀리 있어 들리지 않는가

나를 봐도 보지 않고 듣지도 않습니다

소리 지르지도 못하고

신호를 보내지도 않습니다

터널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지만

오늘도 소통이 없는 불통만 가득해

적막감옥에는 암흑이 되려 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