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아내가 말을 했다 - 치매행致梅行 · 324

洪 海 里 2018. 6. 5. 05:47

아내가 말을 했다

- 치매致梅行 · 324


洪 海 里




아내가 말을 했다


이불을 덮어 주려고 하는데

아내가 말을 했다

손발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사람

입도 벌리지 않는 아내

참으로 놀랄 일이다

이불자락을 올려 주려고 하는데

"괜찮아,  괜찮아!"

아내가 말을 했다

입을 다물어 버린 지 한 해,

한 해가 한해寒害/旱害처럼 지겨웠는데

답답하기 그지없었는데

이게 뭔 일인가


새벽 세 시, 꿈이었다

정신 번쩍 들어 벌떡 일어났다

창문이 희붐하니 밝고 있었다.





   * 막막하다는 말도, 슬픔이라는 말도, 보고 싶다는 말도, 듣고 싶다는 말도 모두가 차단된 상태에서 그저 눈으로 바라만 보고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처럼 소인배들은 짐작조차도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살아 있어서 감사하다는 말만큼은 무슨 말씀인지 알 것도 같았습니다. 여기 지금, 이 순간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향연이므로 살아 있는 그것으로 영광이라는 것을요. 지금 선생님의 소원은 무엇일까요.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선생님의 시를 읽다가 다음의 붉은 시편을 발견했습니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꿈속에서 저렇게 생생하게 재연이 되었을까요. 아니, 아마도 선생님의 아내는 꿈속으로 선생님을 간절하게 찾아 나섰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한 말씀 환하게 들려드리고 싶었을 겁니다. “괜찮아”, 그렇게 괜찮다는 말을 선생님께 진심을 들려드리고 싶었겠지요. 그러니 선생님, 봄에는 꽃과 가을에는 단풍으로 선생님이 선생님을 위로해 주시길요, 그렇게 다음의 아름다운 시편을 읽으면서 저는 이만 펜을 놓을까 합니다

  - 손현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