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호반새 - 치매행致梅行 · 329

洪 海 里 2018. 6. 21. 07:35

호반새

- 치매행致梅行 · 329



洪 海 里




젊은 날에는

세월이 빠르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쌀이 곳간에 가득할 때

양식 걱정을 하지 않듯이


건강할 때

아플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내 속이 들여다보이지 않아

겁나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아내가 아파 눕고 나서야

비 오는 날

쪼로록, 쪼로록 우는 호반새처럼

나는 우노니, 허기지게 우노니


뒷모습이 추욱 처져서

수척한 그림자

질질 끌고 가는 저녁답

허기진 내 마음의 문을 닫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