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언제일지 몰라 - 閑居日誌ㆍ8 /유 진(시인)

洪 海 里 2018. 9. 11. 12:34


언제일지 몰라

- 閑居日誌8


洪 海 里



언제 죽을지 모르는

내 생을 완창으로 풀어낼 이는

누구인가 나인가

목숨의 주인은 누구인가

들리는 소리마다 귀에 익은데

어디가 정상인가

피안은 어디고 차안은 어디인가

죽고 잡아도 또 살고 싶은

자는 듯 깬 듯 사는 삶

물소리 요란한 계곡에서

물거품 일으키며 흐르다가

구차한 목숨의 질긴 매듭

풀다 보면 영원의 바다에도 이를까

나의 한 생이 절창이 아니었던들

또 어떻겠는가

잠시 이 몸이 어둠을 깨워 환했다면

고요한 바다에 이르는 가벼움도

다 벗어 놓고 갈 투명한 마음도

기쁨 한 자락으로 환하지 않으랴.


홍해리언제일지 몰라 -閑居日誌8전문 . 《우리詩》2017. 2월호.


2월호 테마 소시집에 수록된 한거일지(閑居日誌)’ 10편을 읽으며, ‘죽고 잡아도 또 살고 싶은그리고 자는 듯 깬 듯 사는 삶이라는 구절에 크게 닿는다.

꼼짝없이 병실에 갇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으면 생각이 많아진다. 생각을 비춰보는 내면의 거울 앞에서 과거는 추억이 되고 미래는 두려움이 된다. 누구나 기대와 절망의 시간을 견디는 동안은 사람 사는 곳 어디라도 정겹게 느껴지고 소중해진다. 많은 이별연습을 거쳐 와서 떠나는 것이 두렵지 않다하더라도 막상 생사를 가늠하는 통증이 극에 달하는 순간까지 초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삶이란 절대적 존재로써의 유한성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누구도 지나간 삶을 돌이킬 수 없고,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단 한 번의 기회와 가능성이 부여된다. 누구나 절창의 생을 꿈꾼다. 생의 절창은 어디서 어디까지이며 언제부터 언제까지일까. 단 한 번의 생애에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간직할 수 있을까. 아마도 정신적 실체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 숨을 쉬고 있는 동안 행해지는 모든 것이 삶일 것이다.

생사를 가늠하는 병실에 누워 고요한 바다에 이르는 가벼움도, 다 벗어 놓고 갈 투명한 마음도, 기쁨 한 자락으로 환해질 수 있다면 분명 성공한 삶이며, 그 생애자체가 모두 절창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죽고 잡아도 또 살고 싶은생명력의 근원을 생각해보게 하고, ‘자는 듯 깬 듯 사는 삶에서 시대와 세속을 초월하고 생사를 초월한 풍모를 그려보게 한다.


사람이 삶을 영위하는 동안 육신과 정신, 본능과 이성의 이원적(二元的)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자신의 삶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해 가느냐는 문제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있다.

시인은 시를 통해 느끼고, 생각하고, 배우고, 시를 통해 말한다.

- 유 진(시인) ㅡ『우리2017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