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여보 사랑해 : 洪海里 / 최길호 은혜의 창

洪 海 里 2018. 10. 1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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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사랑해 / 홍해리

- 최길호 은혜의 창


최근에 놀라운 시인을 만났습니다.
홍해리 시인입니다.
그를 지금까지 몰랐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지금까지 몰랐다는 사실이 억울했습니다. 
어제 읽은 시가 그의 시가 가슴에 박혀 아직까지 가슴이 아립니다.
오늘 소개한 시는 특별히 남성들이
반드시 읽어야 합니다.

1.
최근에 만난 시인이 있다.
홍해리 라는 시인이다.
지금까지 몰랐던 것이 부끄럽고
지금까지 몰랐다는 것이 안타깝다.
깊은 울림을 주는 시인이다.
오늘은 그의 시를 읽다가
눈물을 참고 감정을 다스리느라
한참을 애먹었다.

2.
그는 자신이 쓰고 싶은 시를
이렇게 표현한다.


관통하는
총알이 아니라 
네 가슴 한복판에 꽂혀 
한평생 
푸르르르 떠는
금빛 화살이고 싶다
나의 詩는. 

3.
그는 바로 그런 시를 쓴다.
오늘 읽은 그의 시는 
내 가슴 한복판에 꽂혔다.
내 가슴을 마구 흔들었다.
가슴을 먹먹하게 한 
그의 시 3편을 소개한다.
치매에 걸린 아내를 품으며 품으며
쓴 시이다.

4.
여보 사랑해/홍해리

아내는 어쩌다 나일 꺼꾸로 먹어
정신줄을 놓아버렸습니다
대신 잡아 줄 수도 없어 답답한 마음
얼마큼 가야 길이 보일지
하루라도 제정신으로 돌아온다면
하고 싶은 말 한마디 있습니다
'여보, 사랑해!' 바로 이 말
나는 그조차 인색한 사내였습니다
젊어서 받지 못한 사랑
이제 받고 싶어 아내는 조르는 것인가
쓰잘머리 없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오늘도 내 마음은 열대야입니다
잠도 자지 못하고 땀만 줄줄 흘립니다
이러다 잠을 깨면 하루가 천년입니다
삼시 세 끼는 왜 그리 빨리 돌아오는지
아침 점심 저녁 준비로 분주한 날마다
외상말코지도 아닌데 마음만 팍팍합니다.
(외상말코지: 어떤 일을 시키거나
물건을 주문할 때 돈을 먼저 치르지 
않으면 선뜻 해 주지 않는 일)

영산홍 한 분/洪 海 里

- 치매행致梅行 · 93
오늘은 아내가 조그만 화분을 들고 왔습니다
유치원에서 꽃을 심는 실습을 했나 봅니다
활짝 핀 영산홍이 앙징스럽습니다
눈물이 왈칵 솟구치는데
편지 한 장이 가지 사이에서 피어납니다
나는 이제까지 꽃을 보지 않았습니다
한때 아내는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이었지만
그것도 모르고 나는 한평생을 살았습니다
늦둥이 같은 환한 꽃 한 분
이제사 꽃거울에 나를 비춰봅니다
활짝 핀 꽃이 반짝반짝 웃고 있습니다.

탓/洪 海 里

- 치매행致梅行 · 80
 찾아다니느라 늘 집을 비웠으니
아내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난에게 남편 빼앗긴
주말과부의 가슴이 얼마나 시렸을까
 
친구들과 술 마시고 자정에야 돌아와
새벽이면 빠져나가고
밤이면 다시 취해 기어서 들어왔으니
술에 익사한 남편을 건사하는 아내
사는 게 어디 사는 일이었겠습니까 
 
시 쓴답시고 
밤낮 시답지도 않은 걸 끼적거리며
시 쓰는 친구들 불러내 술이나 마셔 댔으니
시에게 남편을 내주고 술에게 빼앗기고
 
아내는 모든 걸 놓았습니다
다 버렸습니다
이렇게 된 것은, 바로 
내 탓, 내 탓입니다!

5.
그의 시가 아직까지 내 가슴속에서
푸르르르 떨고 있다.

누군가에게 커다란 책임을 맡기려 할 때
하늘은 우선 그에게 고난을 견디게 한다.
힘줄과 뼈는 고된 노동을 겪게하고,
창자는 주림에 시달리게 한다.
가난을 떠안기고 무언가를 세우려 하는
족족 무너 뜨린다.
하늘은 이런 식으로 마음을 단련하고,
성정을 가라앉히고, 약점을 메운다 
(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