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2020)

피는 왜 붉은가 - 치매행致梅行 · 380

洪 海 里 2019. 1. 19. 04:47

피는 왜 붉은가

 - 치매행致梅行 · 380


洪 海 里




 

영원과 찰나가 하나인 곳에 적막이 있고,

암흑과 광명이 하나인 곳에 허공이 있다.

혼돈과 질서가 하나인 곳에서 나는 태어나고,

모순과 조화가 하나인 곳에서 나는 죽어간다.

생성과 소멸의 허공에서 햇빛 알갱이 하나 걸어나오고,

먼지 하나가 길을 만들고 있다.

절망과 격정의 심연에서 소금 알갱이 하나 걸어나가고,

티끌 하나 길로 사라지고 있다.

길은 허공이 피우는 꽃,

적막은 꽃이 지우는 길.

 

나의 피가 붉고 뜨거운 것은,

생명과 죽음이 하나요

영원과 찰나가 하나이고

하늘과 바다, 우주 자연이 나의 종교이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