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섣달그믐
- 치매행致梅行 · 379
洪 海 里
백지 한 장 머리맡에 놓고 잤지
일어나니 정월 초하루 새벽
삼백예순다섯 개의 빈 칸
방마다 무엇으로 가득 채울 것인가
넘어지고 자빠지고 쓰러지고 미끄러지고
엎어지면서 가야 할 길
강일까 산일까 들일까 허공일까
땡볕일까 번개 천둥일까 엄동설한일까 허방일까
날마다 벼락 때리는 빈 칸 그대로일까
아프면 아파하고 울고프면 울어야지
사람 사이 그리움이 몸살로 물살이 세면
좋아라 좋아라 좋아라 해야지
그리움은 살아 있는 사람의 몫이라고
정든 골목길 가득 안개가 내린다
홀로 길 위에 서 있다 보면 저녁
집집마다 따뜻한 불이 켜진다
어딘가 희미한 불도 켜지지 않는
집 한 채, 사람 하나 있다.
【장성=뉴시스】60년 만의 황금돼지해 첫날인 1일 오후 전남 장성군 장성읍 영천리 방울샘 마을 김종우 씨 정원에서 봄의 전령 납매 나무 노란 꽃봉오리에 서설(瑞雪)이 남아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납매(臘梅)는 섣달을 뜻하는 한자 ‘랍(臘)’과 매화를 뜻하는 ‘매(梅)’가 합쳐져 동지섣달에 피는 매화라는 뜻이며 잎이 나오기 전 향기를 내 뿜으며 꽃을 피우기 시작해 관상용이나 꺾꽂이용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꽃이다.
2018,01,02. (사진= 김미선 작가 제공)
- 뉴시스. hipth@newsis
▲ photo 뉴시스ㆍ김미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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