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洪海里의 詩『봄, 벼락치다』

洪 海 里 2018. 10. 26. 19:44

     * 바위취 


가끔 이 블로그를 찾으시는 홍해리 선생님께서
자선 시집 2권과 월간 시지(詩誌)를 보내왔습니다.  


'우리글 대표시선 7' 시집 '봄, 벼락치다'와
'우리글 대표시선 8' 시집 '푸른 느낌표',
그리고 선생님이 발행인으로 있는 사단법인 우리詩진흥회의
월간 '우리시' 6월호입니다.


'봄, 벼락치다'는 2003년 봄부터 2006년 봄까지 발표한 시 99편을
'푸른 느낌표'는 1998년 가을부터 2003년 봄까지 발표한 시 101편을 묶은 것입니다.


우선 '봄, 벼락치다'의 '시인의 말', 표제시, 이름시, 뒷면에 실린 시 등
몇 편을 골랐고, 나머지는 차차 내보내기로 하겠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 춘란 명품 


 

♧ 시인의 말



뱀은 발이 없고,
꽃은 말을 하지 않는다.
2003년 봄부터 2006년 봄까지 쓴 글 가운데 99편을 골랐으나
역시 부끄럽다.


2006년 봄,

홍해리(洪海里)




     * 새우난초 


 

♧ 봄, 벼락치다  


 

천길 낭떠러지다, 봄은.


어디 불이라도 났는지
흔들리는 산자락마다 연분홍 파르티잔들
역병이 창궐하듯
여북했으면 저리들일까.


나무들은 소신공양을 하고 바위마다 향 피워 예불 드리는데

겨우내 다독였던 몸뚱어리 문 열고 나오는 게 춘향이 여부없다

아련한 봄날 산 것들 분통 챙겨 이리저리 연을 엮고 햇빛이 너무 맑아 내가 날 부르는 소리,


우주란 본시 한 채의 집이거늘 살피가 어디 있다고

새 날개 위에도 꽃가지에도 한자리하지 못하고 잠행하는 바람처럼

마음의 삭도를 끼고 멍이 드는 윤이월 스무이틀 이마가 서늘한 북한산 기슭으로 도지는 화병,


벼락치고 있다, 소소명명!




      * 산작약 


 

♧ 지는 꽃에는 향기가 있다
 
한겨울 잠든 지붕 아래
밤새도록 도굴한 하얀 뼈
백지에 묻는다
내 영혼의 그리운 밥상, 따순
뼈와 뼈에 틈새가 난다
빛을 내지 못하고 받아들이기만 하는
그대와 나의 살피
그곳에 피어나는 노래


――영원을 노래하라 우주를 노래하라
    생명을 노래하라 자연을 노래하라
    영원은 찰나 속에 묻고
    찰나는 영원 속에 있어
    그들을 잇는 밀삐는 하나라네――


절필하라 절필하라 외치며
추락하는 마침표들
백지 위에 허상의 집을 짓고
향기나는 뼈로, 부드러운 뼈로
현현할 나의 시여
지지 않는 꽃에는 향기가 나지 않는다는
모순으로 마감하는
나의 뼈여, 나의 시여.
 



    * 콩제비 


 

♧ 홍해리(洪海里)는 어디에 있는가


 

시(詩)의 나라 우이도원(牛耳桃源)
찔레꽃 속에 사는
그대의 가슴속
해종일
까막딱따구리와 노는
바람과 물소리
새벽마다 꿈이 생생(生生)한
한 사내가 끝없이 가고 있는
행(行)과 행(行) 사이
눈 시린 푸른 매화,
대나무 까맣게 웃고 있는
솔밭 옆 마을
꽃술이 술꽃으로 피는
난정(蘭丁)의 누옥이 있는
말씀으로 서는 마을
그곳이 홍해리(洪海里)인가.




     * 윤판나물아재비 



♧ 일탈(逸脫) 
 


  1

귀 눈 등 똥
말 멱 목 발
배 볼 뺨 뼈
살 샅 손 숨
씹 이 입 좆
침 코 턱 털
피 혀 힘---


몸인 나,
너를 버리는데 백년이 걸린다
그것이 한평생이다.


   2

내가 물이고
꽃이고 불이다
흙이고 바람이고 빛이다.


그리움 사랑 기다림 미움 사라짐 외로움 기쁨 부끄러움 슬픔

노여움과 눈물과 꿈, 옷과 밥과 집, 글과 헤어짐과 아쉬움과 만남

새로움 서글픔
그리고 어제 괴로움 술 오늘 서러움 노래 모레 두려움 춤 안타까움 놀라움 쓸쓸함
(내일은 없다)
그리고 사람과 삶, 가장 아름다운 불꽃처럼
우리말로 된 이름씨들 앞에서
한없이 하릴없이 하염없이 힘이 빠지는 것은
아직 내게 어둠이 남아 있기 때문일까
한 그릇의 밥이 있어서일까
일탈이다, 어차피 일탈(逸脫)이다.


 


     * 애기나리 


 

 

가져온 곳 : 
블로그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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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