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갯벌

洪 海 里 2018. 11. 10. 03:57
   갯벌
 
 洪 海 里 

 
노을이 타는
바닷속으로

소를 몰고
줄지어 들어가는

저녁녘의
女人들

노을빛이 살에 오른
바닷여인들.

- 시집『화사기花史記』(1975, 시문학사)

 

  *

노을께 소를 몰고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노을빛의 여인들은 하루해를 영글게 하고 고단하나 깊은 단잠 속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바다에 해가 뜰 무렵 햇살처럼 바닷속을 솟아오를 것임에 틀림없다. 여인네들이 몰고 가는 소는 더욱 노동과 힘의 줄기참이고 노을이 타고 있는 바닷속은 우리 삶의 터전인 저자 거리와 불빛 밝은 한 가정의 集積임이 분명하다면 이 단시 한편이 던져주는 삶의 감동은 저녁답의 갯벌과 노을빛이 가지는 함몰이나 스러짐이 아니라 힘찬 솟아오름의 한 前兆로서의 오히려 그 緊迫性과 생동감에 있을 것이다.
  힘찬 소와 여인네의 살가운 손목과, 휴식에의 갈망, 그것들이 불타듯 받아들이는 상징으로서의 무량의 바다는 어디선가 본 듯한 불타는 신화의 연상과 환상에 도달케 한다.
- 양채영(시인)

 

   * 홍해리 시인은 충북 청원에서 출생했다. 고려대학교 영문과를 나왔다. 1969년 <投網圖>로 등단했다. 그는 지금 우리시진흥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홍해리 시인은 난초에 일가견을 갖고 있는 시인이다. 난초는 동양란과 서양란으로 나눈다. <삼국유사>에 난의 잎을 넣어 빚은 술 이야기가 나온다. 蘭을 키우는 마음이 곧 시에 이르는 길이 아닌가 여겨진다. 홍해리 시인을 만난 지도 오래 되었다. 그의 근엄한 수염이 보고 싶다.

 

  <갯벌>이란 시, 우리나라 서해안에는 세계 3대의 갯벌이 있는 곳이다. 갯벌은 철새들이 먹고 살 식품 창고이다. 그래서 철새도래지가 되었다. 가난한 어부의 여인들도 이 갯벌에서 식품을 구한다. 노을이 타는 저녁에는 그 여인들이 마치 소를 몰고 다니듯이 깔판을 밀며 질긴 삶을 이어가는 곳, 갯벌이야 말로 기름진 옥토 아닌가. 이런 갯벌이 개발에 의해 점점 사라져간다. 갯벌 여인들의 삶은 밀려오는 파도소리에 결코 묻히지 않으리라. 억센 여인들의 바다여!

- 정일남(시인)

 

* 서애숙 님의 페북에서 옮김.(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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