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감상>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 한수재(시인) / 임보의 表辭

洪 海 里 2018. 11. 16. 14:59

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얼마 전 발행 된 홍해리 선생님의『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치매행致梅行 3집'에 실린 몇 편의 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오늘은 눈썹도 천근이다
-치매행致梅行 · 231


나이 든 사내
혼자 먹는 밤

집 나간 입맛 따라
밥맛 달아나고,

술맛이 떨어지니
살맛도 없어,

쓰디쓴 저녁답
오늘은 눈썹도 천근이다


---------------------------------------------------

아내에게
-치매행致梅行 · 252


물 마른 샘에는
고기가 살지 못 하듯이

죽은 나무 가지에는
새가 깃들이지 않듯이

파투난 노름판에
개평꾼도 사라지나니

있이 사나 없이 사나
살아 있어야 제왕일러니

첫눈 내리는 날에는
너나 나나 열일곱이 되자.


----------------------------------------

씹어 삼키다
-치매행致梅行 · 266


평생 누굴 한번 씹어 본 적 없는데
아내는 음식물 씹는 걸 잊었습니다

남의 물건 꿀꺽해 본 일 없는데도
물 삼키는 것도 잊어 버렸습니다

내 마음이 내 마음이 아니라서
마음이 이내 무너지고 맙니다

눈시울이 뜨거워
소리없이 흐느끼다 눈물을 삼킵니다

마지막이라는 말
끝까지 간다는 것.......


-------------------------------------

「꽃에게」후편
-치매행致梅行 · 245


“아프다는 말 하지 마라, 
그 말 들으면
나도 아파 눈물이 진다“

- 졸시「꽃에게」, 『비밀』 (2010) 전문.

끝내,
아내는 꽃이 되어 누웠다.

내 눈에 눈물이 날까,
말 못 하는 꽃,

아니,
말 않는 꽃!


* 읽고 / 한수재

삶은 얼마나 잔인한 것인가, 죽음의 희망도 놓은 채 삶이어야만 하는 시간이 시가 되었다.그런 시간이 읽히는 것은 고문이다.

첫눈 내리는 날에는 너나 나나 열일곱 소년이 되자는 눈썹이 천근인 사내가 꽃이 되어 누워 있는 아내를 보며 삼켜하는 것들이 감히 가늠조차 되지 않아 내게는 시집이 천근이었다.

홀로 매화의 길을 가는 그이의 곁에서 그 매화를 적어내는 또 그이가 
울지 말자, 울지 말자, 하면서도 닦아내고, 바라보고, 바라보며
끝까지 가는 그 끝이라는 말이, 말이 아닌 존재처럼 느껴졌다.

선생님의 이번 시집은 읽히더라도 읽지 말고 들어야 하며, 듣더라도 침묵해야 하며, 침묵 중에 가장 날 선 칼로 자기 몸과 마음을 신음소리도 없이 해부해야 하는 시집이다.

시집의 시들 뒤에는 마치 매화의 길을 보여주는 '간병 일지'가(2015년. 8.14 ~ 2017. 11. 11)가 펼쳐져 있다. 그 중 몇 날을 적어 보며 읽기를 마치기로 한다.

• 2015. 8.14~ 12. 31

휴지, 방석, 숟가락, 등을 거실에서 안방으로 던지곤 함(보지 않는 순간에 이루어짐).

• 2016. 01. 05~12. 31

1/5. 거울 속의 자신을 보고 손을 흔들고 유리를 두드리면서 “이리 와, 이쪽으로 와!” 함.

3/21~26. 한주일 동안 바람 불고 꽃이 피니 아내도 기분이 좋은지 돌아오면 목을 끌어안고 볼을 비벼 대며 키스를 퍼붓곤 함.

• 9/23 오늘도 차에서 내리지 않으려고 해 끌어내리려 하자 막 울음을 터뜨리며 하차한 후 집에 돌아와서도 한참을 울다 그침. 화장실에서 슬리퍼를 신은 채 거실로 나오곤 함.

• 2017. 01~11.11

1/22(일). 집에 있는 게 지루한지 변을 가리지 않고 실례를 한 후 방안과 거실에 묻혀 놓고 옷과 이블에 발라 놓음. 식사는 잘하고 있음.

2/11 케어센터에서 두 명을 밀쳐 넘어뜨리고 나서 케어센터로부터 퇴소 당함. 약을 복용하는 것도 싫어하고 싫으면 욕을 잘함.

2/22. 오늘부터 24시간 요양원 24시간 요양사의 도움을 받기 시작 함. 식사를 억지로 조금씩 하고 있음. 약을 삼키지 않고 뱉어내는 일이 잦음. 약을 가는 용기를 구해서 알약을 갈아서 복용시킴.

8월3일부터 미숫가루를 받아먹는 것도 힘들어함.

8/6. 구급차로 한일병원 응급실에 실려가 각종 검사를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 일반병실로 옮김, MRI, CT, X-ray, 심전도 검사,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받음. 튜브로 음식물과 약을 주입하기 시작함. 검사 결과 폐렴 증상과 요로 감염이 약간 있는 것으로 나옴. 투약과 주사로 치료함.

8/14. 퇴원하여 집으로 옮겨 가는 중, 본인이 튜브를 뽑아내 숟가락으로 균형 양양식인 ‘뉴케어’를 떠먹이고 있음

8/22. 한일병원에서 재검을 받음. 아무 이상이 없이 깨끗해졌다는 감염내과 담당의사와 소견. 전에 목용하던 약을 계속 복용하는 게 좋겠다고 함. 거동을 일절 할 수 없어 식사와 약 복용, 목욕 등 모든 일은 침대에서 이루지고 있음.

11/11. 현재 집에서 아침저녁으로 약을 복용하며 가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