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도은道隱 정진희 시인의 雅號

洪 海 里 2018. 12. 6. 09:04

정 시인님께,


제가 정 시인님께 아호를 지어드릴 만한 인물인지 곰곰 생각해 봅니다.

이제까지 집안 친척들이나 친구들의 아기가 태어나면 이름을 지어준 일은 많습니다.

어림잡아 100여 명은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또한 주변의 친구들과 동료, 후배 시인들의 아호를 지어준 적도 많기는 합니다.

잘 아는 친구들, 내가 아끼고 싶은 시인들에게 호를 주는 일이 내겐 기쁨이요,

그걸 받은 분들이  즐겁고 고맙게 생각하면서 사용하는 걸 보면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그래서 어제부터 조용히 마음을 잡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선 아래에 주신 메일의 내용을 읽으면서 제가 생각을 잡아보았습니다.


노자에 보면 '道'라는 말이 참으로 많이 나오고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25장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天法道 - 하늘은 도를 법으로 여기고

道法自然 - 도는 자연을 법으로 여긴다.


41장에 보면;


道隱無名 - 도는 숨겨져 있어 이름이 없다.


이런 내용을 읽으면서 저는 메일 내용을 다시 한번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제 생각과 정 시인님의 뜻이 합쳐지는 게 있구나 하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도은道隱

"도는 숨겨겨 있어 드러나지 않는다!"


정 시인님의 인생관과 시에 대한 생각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제 좁은 소견과

이런 사상을 갖고 남은 생을 삶며 시를 쓰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발음하기도 부드럽고 '도은 정진희' 도은 선생, 도은 시인, 도은공, 등등 부르기도 좋습니다.

'道'가 큰 것이긴 하나 '隱'이 모든 걸 안아서 감춰 주니 걱정할 게 없습니다.

마음에 드시면 이 雅號를 쓰면서 바른 인생, 좋은 시를 쓰는 바른 시인으로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다가오는 추위에 늘 건강, 건필하는 평안한 나날이 이어지기를 기원합니다.

총총!


2018. 12. 6.

은산 홍해리 드림.

 

--------- 원본 메일 ---------

보낸사람: 정진희 <jstephen@hanmail.net>
받는사람 : 홍해리 <hongpoet@hanmail.net>
날짜: 2018년 12월 05일 수요일, 20시 08분 19초 +0900
제목: 선생님! 감히 청원합니다

홍해리 선생님

 

날씨가 추워지고 있습니다 그간 안녕하신지요?

벌써 양력으로는 섣달입니다.

참으로 세월이 빠르네요.

 

내년이면 제가 어언 고희의 무서운 나이가 됩니다.

아직도 마음은 여물지 못하여 늘 부딪치며 사는

성숙하지 못한 어린애입니다만 어느새 여기까지 살았네요.

 

지난 번 선생님께서 저의 아호를 여쭤보실 때에

속으로는 이참에 저의 아호를 부탁드리고 싶었는데,

아무튼 그 기회를 잃어버리고 이제서 용기를 내어 봅니다.

 

비록 아무것도 이룬 것도 없고, 성숙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죽을 때까지라도 마음을 살피며 살다가 보다 성숙한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하여 고희가 되는 내년부터 새로운 호를 쓰고 싶습니다.

새로운 호가  제게 어울리고 미숙한 저를 늘 살펴볼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특별히 선생님께 호를 받고 싶은 저의 마음을 전해봅니다.

    

2018. 12. 5 저녁에

예인(睿人) 정진희 올림


====================================

선생님 고맙습니다!
제가 선생님께 호를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께서는 흔쾌히 저의
청원을 들어 주셨습니다.
참으로 고맙고 감사합니다.

道隱!
제게 딱 어울리는 호입니다.
저도 좋아하는 노자의 사상이고
특히나 제가 드러내기를 좋아하는 성질을 타고 나서
“숨기라”는 말씀이 제게 꼭 어울림니다.
벌써 선생님께서는 저를 소상히 알고 계셨네요.
부디 선생님께서 주신 호를 생각하며 보다 성숙해 진
제 모습을 상상하며 노력해 보겠습니다.

어렵고 힘든 길이 자신의 성정을 고치는 것인가 봅니다
아니 거의 불가능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죽기까지 해 봐야겠습니다.
비록 말이 많고 외향적이라 실수도 많지만 그래도 마음은 선하다
고 남들에게 늘 듣고 있으니 결코 실망하지는 않겠습니다.

선생님!
카페지기의 입장에 여쭤봅니다.
저의 창작방 이름을 도은으로 바꿔 주실 수 있나요?
새해 첫날에 이름을 바꾸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이름으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2018. 12. 6 (목)
도은 정진희 올림

 

============================================                          

  •                             

雅號 이야기

예인(睿人)

2010년 일에서 손을 떼고 나서 송정 조창래 서예가 문하에서 서예를 배울 때 선생님께 호를 받다
예인 (睿人) 밝다, 지혜롭다 라는 뜻으로 그간 즐겨 사용했는데...

도은 (道隱)

2019년 새해에는 소생이 고희가 되는 해, 보다 새롭게 살고자 홍해리 사부님께 새로운 호를 받다.
도은 (道隱)...노자 41장의 道隱無名 (도는 숨겨져 있어 이름이 없다)에서 따오셨단다.

사주명리학으로 본 내 성격은 丙火, 陽中의 陽.
게다가 뜨거운 여름에 태어났으니 엄청 급하고 불같은 성격이다.
밖으로 나대기 좋아하는 성격에 “숨기다”는 나의 성격의 단점을 보완하는 핵심이다.
이제 새로운 아호를 사용하면서 드러내고 자랑하는 마음을 자제하고
낮추고 숨겨서 德을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

시를 사랑하며 시를 통하여 삶의 위안을 받는 시의 독자로 살고 싶으며,
가끔은 스스로 졸시를 써보면서 혼자 즐거워하기도 합니다.
아마추어의 습작시를 찾아 주시는 님께 감사드리며 많은 지도 편달 바랍니다

2018. 12. 7.
道隱.